(내겐 명작) 밤에 우리 영혼은 (Our Souls at Night) 2017
감독 : 리테쉬 바트라
원작 : 켄트 하루프
배우 : 루이스 - 로버트 레드퍼드
애디 - 제인 폰다
루이스와 애디가 있습니다.
그 나이를 이렇게 표현해 보면 어떨까요?
저녁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시기.
하지만 아직 한 밤중은 아닌 그런 나이.
루이스와 애디는 오랜 이웃이지만, 속 깊은 얘기를 나눌 만큼 친한 사이는 아닙니다.
두 사람 다 배우자와 사별하고, 각자 혼자 살고 있습니다.
저녁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마친 루이스는
유일한 낙인 뉴스를 보고, 낱말 퍼즐을 맞추며 저녁시간을 보냅니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의 저녁입니다.
두 사람은 한 블록을 사이에 두고 살고 있습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길에서 애디의 발길이 루이스의 집 쪽으로 접어듭니다.
애디는 루이스의 집 앞에서 망설입니다.
똑! 똑! 똑!
루이스가 문을 열자,
애디는 안을 들어가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지 묻습니다.
두 사람은 거실에 앉았습니다.
깔끔하고 단정한 집안의 풍경입니다.
루이스는 애디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미인이라고 언제나 생각했습니다.
백발이지만 풍성한 머리카락과 군살이 조금 붙긴 했지만, 몸매도 날씬했으니까요.
어색한 듯한 루이스의 몸짓에 애디는 제안을 하나 합니다.
그 제안은 언뜻 들으면 오해하기 쉬울 만큼 파격적인데요.
일종의 프러포즈랄까. 결혼은 아니지만 결혼 비슷한....
긴장한 애디가 말을 이어나갑니다.
좋아요, 이제 말할게요.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올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요.
뭐라고요? 무.. 무슨.. 뜻인지...
우리 둘 다 혼자된 지 너무 오래됐어요, 난 외로워요. 당신도 그러지 않을까 싶고요.
그래서 밤에 나를 찾아와 함께 잠이 들면 어떨까 하고요. 이야기도 나누면서요.
루이스는 애디를 바라봅니다.
말문이 턱! 막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따뜻한 침대에 누워있는 걸 말하는 거예요. 나란히 누워 밤을 보내는 것을요.
밤이 가장 힘들잖아요. 그렇죠?
그래요, 같은 생각이에요.
침대에 누군가가 함께 있어준다면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밤중에, 어둠 속에서 대화를 나눈다면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해요?
생각해 보죠.
연락 기다릴게요.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는 현관에 선 채, 애디의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루이스,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결국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합니다.
누구라도 그랬을 거예요.
애디의 제안은 단순합니다.
당신과 연애나 결혼을 하자는 게 아닙니다.
밤에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잠들고 싶습니다.
동화처럼 건전하고 순수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이 제안은 남들 이목도 신경 쓰이고,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루이스는 애디의 순수한 진심을 믿고 용기를 내 보기로 합니다.
애디에게 전화를 걸어 말합니다.
아직도 괜찮다면, 내일 밤 9시에 찾아가고 싶다고 전합니다.
애디 역시 루이스의 결정에 기뻐합니다.
드디어 약속한 첫날입니다.
어두워지자, 루이스는 잠옷과 칫솔이 들어있는 종이봉투를 들고 애디의 집으로 향합니다.
애디의 뒷마당으로 들어가 뒷문을 두드립니다.
작은 마을에서 선생으로 오래 근무한 루이스는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입니다.
두 사람은 2층으로 향합니다.
침대는 킹사이즈로 가벼운 면 이불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좋은 집이었죠. 난 여기서 48년을 살았어요.
침대에 나란히 누운 루이스와 애디.
루이스가 말문을 엽니다.
이게 얼마나 이상한지, 여기 있다는 게 얼마나 낯선지.
뭐 그런... 뒤죽박죽이에요.
루이스의 말에 서운함을 감추고 애디가 말을 잇습니다.
아무런 믿음이 없어요?
당신은 믿을 수가 있어요. 다만, 내가 당신과 같을 수 있을런지...
그게 무슨 말이죠?
용기에 대한 말이에요. 모험에 뛰어드는 의지랄까요.
애디는 잠이 들었고, 루이스는 아직 깨어있습니다.
첫 날밤은 그렇게 지나갑니다.
서로를 막 알아가는 시기라면 대화가 끊이지 않겠죠.
밤의 적막 속에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인간 대 인간으로 소통하는 것의 고귀함을 이야기합니다.
잠옷으로 갈아입은 루이스가 침대 옆에 서자, 애디는 시트를 제칩니다.
루이스는 한쪽에 멀찌감치 누워 담요를 끌어올립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요. 루이스가 물어봅니다.
너무 조용하군요. 그녀가 말했습니다.
애디가 불을 끄기 위해 몸을 돌렸습니다.
사방이 껌껌해졌습니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빛만이 소심하게 방안에 앉아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소소한 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말이 없습니다.
얼마 후 루이스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왜 날 선택했는지 궁금해요. 서로 많이 알지도 못하는데요.
내가 아무나 골랐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친절한 사람이요.
내가 그런 사람이라면 좋겠군요.
당신은 날 어떻게 생각했어요?
아름답고, 품위 있는 사람으로, 단단한 사람으로 생각했어요.
두 사람은 믿음으로, 교감하는 우정을 쌓아가지만,
세상의 시선은 아시타비(我是他非)!
이웃사람들의 수군거림에 애디는 당당하게 말합니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며 평생을 살아왔어요. 이젠 신경 쓰지 않아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뒷문으로 다니던 루이스에게도 앞문으로 출입할 것을 이야기합니다.
두 사람은 시내로 나갑니다.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 사람은 좋은 시간을 보냅니다.
즐길 줄 아는 사람에게 인생은 아름답습니다.
루이스 : 밤을 함께 보내는 것이 이젠 정상으로 느껴져요.
진실은 밤을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좋다는 것, 아주 좋다는 것.
이게 사라진다면 아쉬울 거라는 걸 느껴요.
애디 : 당신과 밤을 보낼 수 있어서 아주 좋아요. 기대했던 것보다 더요.
좀 신기해요.
여기 깃든 우정이 좋아요. 함께 하는 시간이 좋고요.
밤의 어둠 속에서 이렇게 함께 있는 것,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잠이 깼을 때, 내 옆에 누운 당신의 숨소리를 듣는 것.
전부 다요.
애디의 아들 부부에게 불화가 생기면서 잠시 할머니인 애디에게 오게 된 손자, 제이미.
불안정한 상황을 견디기엔 너무 어립니다.
누군가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그 사람의 가족에게도 마음이 가기 마련이죠.
루이스는 애디의 손자 제이미를 따뜻하게 돌봐줍니다.
다 같이 캠핑을 가서 추억을 만들기도 하고, 유기견인 보니도 만나게 해 줍니다.
그렇게 소소한 일상을 나누며 루이스와 제이미 사이에도 우정이 자라납니다.
루이스에겐 생활 때문에 화가의 꿈을 접어야 했던 아픔도 있습니다.
사랑 때문에 방황했던 적도 있고요.
애디에게도 시련이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차 사고로 죽은 어린 딸을 가슴에 묻었고
그 사고 이후 남편과의 관계도 소원해집니다.
어린 딸의 죽음은 그보다 더 어린 아들을 온전히 사랑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두 사람은 가슴 깊숙이 묻어 두었던 비밀, 살면서 기쁘고 아프고 힘들었던 순간들,
인생을 나누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습니다.
두 사람은 햇빛이 예쁘게 들어오는 주방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십니다.
루이스 : 난 하루하루 일상에 주의를 기울이며 단순하게 살고 싶어요.
그리고 밤에는 당신과 함께 잠들고요.
애디 : 가끔씩 당신은 퍽 멋진 남자예요.
나이 듦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근사했다.
내겐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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