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타인의 삶 ♡ 영화이야기

건축학 개론 Introduction to Architecture 2012

728x90
반응형

건축학 개론 Introduction to Architecture 2012

 

가끔씩 묘한 우연에 소름 돋을 때 있지 않으세요?

보고 싶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마침 그 친구가 우리 동네를 지나고 있을 때라든지, 생뚱맞았나요 ㅎㅎ

어느 건축설계 사무실, 오늘도 밤샌 작업을 한 건축가 승민은 초췌한 몰골로 앉아 있는데요.

누군가 친구라면서 찾아왔다는 얘기에 가 보니, 잘 차려입은 어떤 여자가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잘 지냈어?

하지만 누군지 기억하지 못하는 승민.

생각지 못한 일인지 여자는 당황해하면서 말합니다. 하아, 나야 양서연. 우리 정릉에서... 나.. 음대...

 

대학교 1학년, 건축과에 입학한 승민은 건축학 개론 수업을 듣고 있었습니다.

수업 시간 교수님은 한 사람씩 앞으로 나와서 칠판 앞에 붙어있는 지도에 집에서 학교까지 오는 길을 표시해 보라고 하셨는데요.

그런데 승민이 표시한 길과 똑같이 겹치는 한 여학생의 통학로. 그 여학생이 서연이었죠.

수업이 끝날 즈음 교수님은 이런 과제를 내어 주십니다. 다음 주까지 지금 자기가 사는 동네를 여행하면서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치던 동네 골목들, 길들, 건물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겨 오세요.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이해를 시작하는 것, 이게 바로 건축학 개론의 시작입니다. 알겠어요?

그리고 승민은 바로 그 숙제 때문에 서연과 다시 마주치게 됩니다.

정릉동에 사는데 정릉에 안 가 볼 수는 없지. 승민은 카메라에 얼굴을 대고 사진 찍는 것에 집중합니다.

그런데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는 한 여학생. 수업시간 통학로가 겹쳤던 바로 그 여학생 서연이었죠. 난 음대고 이 동네에 온 지도 얼마 안 되었어. 넌 건축과이고 이 동네 산지도 오래되었으면 잘 알겠다. 같이 과제를 하면 공평하겠다. 그렇지? 아무렇지 않게 제안하는 서연.

승민은 그게 뭐가 공평한 것이냐며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어느새 둘은 동네 구석구석을 함께 여행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점점 더 친해지는 두 사람. 

 

교수님이 내준 또 다른 과제 때문에 함께 버스를 타고 그 버스가 닿는 가장 먼  동네로 구경을 갔던 날에는 서로 비밀도 털어놓습니다.

그때 가방에서 CD플레이어를 꺼내더니 승민의 한쪽 귀에 이어폰을 끼어주는 서연.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깜짝 놀라는 승민에게 서연은 이렇게 말합니다.너 전람회 몰라? 기억의 습작, 노래 좋지?

 

다시 건축 설계 사무소 안.

찾아온 이유를 묻는 승민에게 서연은 집을 지어 달라고 말합니다.

제주도에 있는 아빠 집을 다시 제대로 짓고 싶다는 거였는데요.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맡겨 놓고는 승민이 하는 제안마다 계속 고개를 젓는 서연.

승민의 인내심은 점점 바닥이 나는데요. 결국 엄한 데서 폭발한 승민은 서연에게 이런 말을 내뱉고 맙니다. 야, 너야 돈 많고, 시간 많고, 혼자 사니까 그렇지.

남편과 오래 별거를 하다 얼마 전 이혼 도장을 찍은 서연. 승민에게만큼은 별로 알리고 싶지 않은 사실을 들킨 게 서연은 너무나 속상한데요.

그런 서연을 달래주기 위해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승민.

덕분에 서연은 그간 하지 않았던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혼자서 자신을 키워 온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셔서 마지막으로 제주도 집을 꼭 잘 고쳐서 보여드리고 싶다고요. 

 

사실 집을 지어주기로 한 건 두 사람의 오래전 약속이었습니다.

건축학 개론에 또 다른 과제를 핑계 삼아서 교외로 놀러 나갔던 날이었죠.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하다가 갑자기 주문서 종이를 꺼내 들더니, 뒷면에 나중에 자기가 살고 싶은 집을 그리기 시작하는 서연. 그리곤 승민에게 건축가가 되면 꼭 집을 지어달라고 하는데요.

앞에서는 그냥 웃어넘겼지만 그 그림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승민은 건축학 개론 종강에 수업까지 빠지면서 집 모형을 만듭니다.

그리곤 서연의 자취방 앞에서 기다리죠. 오늘은 꼭 고백을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친구 납득이 조언해 준대로 팩소주까지 홀짝거리는데요.

그런 줄도 모르고 종강 파티 내내 승민을 기다리던 서연은 그만 선배가 권한 술에 취해버리고 맙니다.

밤늦게까지 기다리고 있던 승민은 잔뜩 취한 채로 남자 선배에게 기대어 들어오는 서연을 보고는 화가 나 뒤돌아 가 버리죠.

서연은 연락을 끊은 승민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승민은 모질게 말하죠. 이제 내 앞에서 그만 좀 꺼져 줄래?

 

두 사람은 지난 일에 대해서는 서로 꺼내지 않습니다.

오늘따라 자꾸 빨리 밥을 먹자고 재촉하더니, 11월 11일 네 생일이잖아. 미역국이라도 먹이려고 그러지 하고 머쓱해하는 승민. 서연은 그런 승민이 고맙고 귀여워 웃음을 터뜨리는데요.

그렇게 티격태격하는 사이 마침내 서연의 제주도 집이  완성됩니다.

기쁜 날이지만 그건 곧 승민이 결혼식을 올리고 외국으로 공부하러 떠날 날이 가까워졌다는 의미기도 한데요.

제주도 집에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인사를 나누는 두 사람.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으로 짐이라도 옮겨주고 가려던 승민은 집어 든 상자 안에서 뭔가를 발견하고는 멈칫합니다.

오래전 서연의 집 앞에 버려두고 와 버린 집 모형.

그제야 서연은 말합니다. 나한테도 네가 첫사랑이었다고요.

하지만 이미 먼 길을 와 버렸다는 것을 두 사람은 잘 알고 있습니다.

 

예정대로 결혼식을 올리고 비행기에 오른 승민, 그리고 아버지를 모시고 제주도 집으로 내려와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며 지내는 서연.

어느 날 택배 상자 하나가 서연에게 배달됩니다.

상자 안에 들어있는 건 CD플레이어와 전람회 1집. 서연은 이어폰을 꽂고 창 밖을 바라봅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