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1열) 8월의 크리스마스(1998) vs 봄날은 간다(2001)
방구석 1열 9화 2018년 6/29
멜로 영화의 새 역사를 쓰다
'한국 멜로영화'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명불허전 멜로 거장 허진호 감독
멜로의 거장 허진호 감독 특집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
허지웅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경우
1980년대의 한국 멜로 영화와 비교해보자면
깜짝 놀랄 정도로 완전히 다른 화법과 표현법을 사용합니다.
80년대 한국 멜로의 특징은
희생당한 여성이 등장하고 남성으로부터 구원받으며
애절한 사랑에 꺼이꺼이 울게 됩니다.
허진호 감독의 작품은 흔한 패턴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이후 한국 멜로 영화의 지형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 것이죠.
8월의 크리스마스 1998
감독 : 허진호
배우 : 한석규
심은하
# 촬영지 : 군산
심은하 X 한석규 미완의 사랑과 삶을 말하다
시한부 남자의 초연한 사랑 <8월의 크리스마스>
이동진 평론가 : 지난 20년간 한국 멜로는 결국 허진호였다
관객 : 관객에게 감정을 양보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명장면
# 비디오 사용법 # 허진호 감독의 경험담
허진호
정년퇴임하신 아버지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비디오 테크를 사 오셨어요.
그래서 사용법을 가르쳐 드렸는데 못 따라 하시더라고요.
시한부 삶을 사는 정원(한석규)의 입장에서 그 심정을 그려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롱테이크 신이라 걱정했는데
고인이 되신 유영길 촬영 감독이 뭐가 기냐고 괜찮다며 되려 안심을 시켜주셨습니다.
변영주
그게 촬영 감독의 힘인 건데요.
긴 시간 동안을 짧은 컷으로 나누지 않고 전체를 보여주는 롱테이크 기법으로
자칫 연극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빛과 미술적인 감각과 공간감, 깊이감을 이용해서
영화적인 순간으로 재탄생시켜 주는 것입니다.
# 주인공 정원이 자신의 영정사진을 밝은 표정으로 찍는 장면
#고 김광석 님의 영정사진에서 영감을 받으심
허진호
어느 잡지에서 활짝 웃고 있는 사진 속 고인의 모습을 보고서
당시에 웃는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사용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게 계속 기억에 남더라고요.
사진사가 자신의 영정사진을 웃고 찍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영화를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 영화의 모티브가 #김광석 님의 영정사진이 된 것이지요.
사진사와 영정사진이 만나서 탄생한 감동적인 멜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Q. 멜로 영화에 흔한 키스 장면이 없다?
멜로 영화라기보다는 유한한 삶에 대한 철학이 담긴 휴먼 드라마?
허진호
<8월의 크리스마스>는 처음부터 멜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투자받기 위한 현실적 고민으로 연애를 시작하기 직전까지의 과정만 보여주기로 결심한거죠.
변영주
영화의 기승전결이 명백했던 시절에 두 주인공이 만나지 않는 파격적 결말을 선택한 거잖아요.
허지웅
손편지를 받으면 똑같은 문장을 몇 번이고 읽어보면서
이 단어의 숨은 의미를 생각하고, 이 문장을 썼을 때의 상대방의 감정을 떠올려 보잖아요.
연애가 천천히 느리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감정에 더 집중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스킨십이 없어서 더 애틋하게 느껴진 것 같아요.
장도연
느려서 더 설렜던 것 같아요.
다림이 슬쩍 팔짱을 끼던 모습과 놀람을 감추려는 정원의 순수함이
내가 연애하는 느낌이 들고 되게 좋았습니다.
Q. 도대체 목욕탕은 왜?
운동장에서 뜀박질을 하며 꽁냥 거리다가 뜬금없이 목욕탕에 간 두 사람...?
허진호
목욕을 한 다음에 느낄 수 있는 상쾌함 같은 게 있잖아요.
목욕 후 늦가을의 상쾌한 바람을 함께 느끼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Q. 다림이 편지를 다시 꺼내려던 이유는?
허진호
약간의 고백이 담겨있었기 때문이겠죠.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정도까지는 쓰지 않았을까요.
허지웅
일본 리메이크작에서는 편지의 내용이 공개가 됩니다.
일본에서 굉장히 흥행을 했는데요.
<8월의 크리스마스>가 일본에서 사랑받은 이유는
일본의 거장 감독들이 추구하던 절제의 미학이 돋보인 톤&매너를 가지고 있고,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허진호 감독 특유의 연출법이 이유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봄날은 간다 2001
감독 : 허진호
배우 : 유지태
이영애
이영애 X 유지태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사랑에 서툰 남자의 성장 멜로 <봄날은 간다>
# 허진호 감독의 최애 작품
<봄날은 간다>는 멜로 영화의 틀 안에 성장과 공간에 대한 통찰을 담은 수작!
# 은수의 명대사
허진호
원래 대사는 "커피 한 잔 할래요?"였는데 뭔가 재미가 없었어요.
촬영 전에 배우와 감독이 이야기하다 툭 하고 나온 말이 "라면"이었습니다.
우연히 나온 명대사 #라면 먹을래요?
# 상우의 명대사
''내가 라면으로 보여?"
유지태 배우가 만든 대사입니다.
왜 너한테는 내가 그렇게 쉽냐?라는 뜻이겠죠.
어쩌면 시작부터 한쪽으로 기울어진 연애였습니다.
# 기울어진 연애의 종지부를 찍은 명대사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Q.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는 원래 시나리오에 있던 대사?
허진호
예. 시나리오에 있었고 아마 그 대사가 <봄날은 간다>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였던 것 같아요.
"동그라미가 원이 아니야?"처럼
본질을 묻는 동어 반복 같은 것이죠.
변영주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대사는
상우의 찌질한 행동들을 보면서
그를 비난하기보다 연민을 느낄 수밖에 없는 당위를 부여해주는 대사였습니다.
Q. <봄날은 간다>의 상우는 어떤 캐릭터?
허진호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소년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했죠.
캐릭터에 대해 유지태 배우랑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했는데요.
이미 배역에 몰입해 있는 상태였고,
벚꽃길에서 "은수랑 헤어질 때 상우가 뒤를 안 돌아봤으면 좋겠다." 라고 했더니
"감독님 저는 뒤 돌아봐야겠어요. 26살 청년은 돌아볼 수밖에 없어요." 하더라고요.
윤종신
벚꽃 장면에서 은수가 오자마자 상우의 팔짱을 끼잖아요.
#능숙한 은수 vs #서툰 상우
이별하는 것에 대해 능숙한 은수의 속마음은
우리 친밀하게 하루 잘 지내고 끝내자!라고 생각하고 온 것 같았습니다.
허지웅
이별을 앞두고 팔짱을 낀 은수의 속마음을 추측해 보면
"네가 나랑 헤어진 건 라면 이상이 되려고 해서야.
라면에 만족할래? 만족할 거면 다시 사귀고."
그럴 마음으로 팔짱 낀 것 같습니다.
왜 그때는 은수를 미워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왜냐면 다들 부정하겠지만
한 번은 상우였고
한 번은 은수였어요. 그게 계속 반복될 뿐입니다.
변영주
자기 마음이 되게 불안하면 연애를 할 게 아니라 자기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데
우리는 꼭 그럴 때 연애를 합니다.
결국 관계에서 상처가 생기는 건 상대방 때문이 아니라 불안한 나 때문인 것이죠.
은수가 상우에게 상처를 준 것도 스스로의 불안함 때문일 거예요.
윤종신
은수 입장에서 상우는 풋내기죠.
은수는 상우가 많이 서툴러 보였을 겁니다.
<봄날은 간다> 미장센의 특징
Q. 두 사람을 한 화면에 잡는 투샷과 롱테이크를 많이 찍은 이유는?
허진호
한 호흡으로 같이 보는 게 참 좋았던 것 같아요.
# 오보 더 숄더
두 사람이 대화를 할 때 어깨너머로 상대방을 찍은 후 한 사람 씩 보여주는 방식
오보 더 숄더 방식은 한쪽을 못 보잖아요.
두 사람을 같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테이크들이 기니까 하루에 하나만 찍어도 2-4분 찍는 겁니다.
한 달이면 두 시간짜리 영화가 나오는 것이지요.
Q. 가장 좋아하는 롱테이크 장면?
# 강릉으로 택시 타고 온 장면입니다.
그때가 정말 딱 봄이 왔을 때예요.
밤인데도 춥지 않고 따뜻했던, 봄밤의 정취에 취한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신나 했었어요.
더군다나 은수와 상우가 한창 좋을 때이기도 하고요.
Q. <봄날은 간다>라는 제목을 쓰신 이유?
백설희 '봄날은 간다' 노래에서 착안을 했습니다.
가사가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아버지 환갑잔치에서 어머니가 그 노래를 부르셨어요.
축하의 의미로 진짜 연분홍 치마를 입고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그 묘한 순간이 뇌리에 남아서
노래와 같은 제목을 영화 제목인 <봄날은 간다>로 정해 놓고 시작했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의 꿀잼 고리
# 성장
<봄날은 간다> 은수의 목소리를 자연의 소리로 지우면서 옅은 미소를 짓는 상우.
<8월의 크리스마스> 사진관에 걸린 자신의 사진을 보며 밝게 미소를 짓는 다림.
Q. 마지막 웃음이 성장을 상징하는지?
당시에는 굉장히 힘들었던 일이지만 기억하며 웃을 수 있는
좋은 추억으로 남긴 채 웃으며 마무리 짓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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