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1열) 괴물(2006) vs 터널(2016)
방구석 1열 10화 2018년 7/6일
당신에게도 언제 닥칠지 모를
재난을 다룬 두 영화
어느 날 당신에게 닥칠지 모르는 재난
<괴물>과 <터널>
괴물 2006
감독 : 봉준호
배우 : 변희봉 송강호 배두나
박해일 고아성
송강호 X 박해일 한강에 괴물이 나타났다!
딸을 구하기 위한 온 가족의 사투 <괴물>
변영주
<괴물>은 장르적으로 재난 영화 혹은 괴수의 침공을 다루는 영화의 포맷을 따라가는데
그 속에 한국 사회의 현실적 상황과 당대적 풍경을 더해
장르를 통한 상업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성취한 흔치 않은 영화입니다.
진중권
일반적인 괴수 영화의 배경은 비현실적인데
<괴물>을 보면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암시와 상징도 들어가 있고
한국적 가족주의까지 담아내죠.
제일 좋았던 장면이
손녀, 고아성의 죽음이라는 큰 슬픔 속에서 "네 덕분에 가족들이 다 모일 수 있었다."고 말하는
변희봉 할아버지인데요.
너무나 한국적인 상황과 정서가 참 좋았습니다.
특히 한강의 풍경과 다리 교량의 구조가 저렇게 되어있었구나.
매일 보던 한강 다리를 보며 새삼 놀라움을 깨닫게 되었거든요.
변영주
한강의 다리가 얼마나 다채롭고
그 안에 비밀스러운 공간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를 알려준 영화 같아요.
낯익은 공간의 낯선 풍경, 건축학적인 측면에서 봐도 흥미로운 영화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괴물>에 영감을 준 괴물들
진중권
듣기로는 영화를 촬영할 당시에 괴물의 모습이 완성이 안 된 상태로 찍었다고 들었는데
촬영할 때 어떤 상상을 하며 찍었을까?
임필성
현장에서 봤는데요.
당시 조감독이던 김민석 감독이 초록색 쫄쫄이를 입고 막대(괴물)를 들고 뛰면
500명 엑스트라가 막대만 보고 우르르 도망가는 것으로 촬영을 했습니다.
그 장면을 현장에서 봤을 때는 참혹한 느낌이 있었어요.
봉준호 감독의 핵심적인 콘셉트는
"다른 영화에선 괴물을 밤에 슬쩍 보여주니까
(장르의 변주) 우리는 대낮에 괴물을 보여줄 거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CG 기술 측면에서는 엄청난 모험이었죠.
그리고 한강에 사람이 많으려면 낮이어야 한다는 필연성이 있었던 것입니다.
괴물의 디자인 변천사
<옥자>를 디자인한 장희철 디자이너에 의해 괴물이 탄생합니다.
2003년 초기 모델은 한강에 많이 있는 물방개를 변형한 형태로 시작합니다.
또, 사람의 옷은 소화가 힘들다는 걸 학습을 통해 깨닫고
옷을 벗겨서 잡아먹는 과정도 그렸습니다.
초기 디자인을 본 봉 감독의 주문이 들어갑니다.
사람을 입으로 삼켰다 뱉는 게 가능해야 하고
긴 꼬리를 이용해 사람을 감고 한강 다리에 매달리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는 주문이었죠.
그래서 나온 게 2004년 7월 1차 확정 디자인입니다.
1차 확정 디자인은 어류와 양서류가 조합된 형태가 됩니다.
2005년 6월에 최종 디자인이 확정됩니다.
벌어지는 입의 형태는 연꽃잎처럼 표현했고 작은 앞발을 추가해서
이어폰 낀 여성을 앞발로 낚아챕니다.
그렇게 3년 간 2000장이 넘는 스케치를 거치며 괴물이 탄생합니다.
Q. <괴물>이 해외에서 성공한 이유는?
임필성
가장 한국적인 상황이 주는 블랙 유머에 대해서
해외 관객들의 반응이 되게 열광적이었습니다.
변영주
재난 영화에서 가족은 늘 중요한 화두잖아요.
<괴물>도 가족주의를 따라가지만 가족들의 대사를 통해서 풍자하거나 비웃기도 합니다.
임필성
2대에 걸쳐 엄마가 없는 가족이 주는 묘한 상실감과
외동딸 현서(고아성)에 대한 애착이 각별해질 수밖에 없는 가족 구성이죠.
어쩌면 <괴물>의 가족주의는 사회 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한 가족의 재난 생존기.
윤종신
서양 영화에서는 가족의 죽음 앞에서 형제가 만나면 슬픔을 나누면서 안아주잖아요.
<괴물>의 형제는 슬픔을 주먹으로 나눕니다.
임필성
프랑스 영화잡지 <까이에 뒤 시네마>에서 봉 감독을 평하길
# 삑사리의 예술
<Art du Piksari>
봉 감독은 한국적인 아수라장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진중권
<괴물>은 고전적인 괴수 영화는 아닙니다.
<괴물>은 #정치적 상징입니다. #맥팔랜드 사건이 있고,
희생자가 #여중생입니다. #미순이 효순이 사건을 떠올리죠.
<괴물>의 #에이전트 옐로 #베트남 전은 에이전트 오렌지
미국은 지켜주는 존재인데 오히려 원흉으로 그려지죠. #미국에 대한 풍자와 비판
Q. 맥팔랜드 사건이란?
주한 미군의 영안실 부소장인 맥팔랜드가
포름알데히드(독극물)를 하수구에 버리도록 지시합니다.
단지 병에 먼지가 쌓였다는 이유로 폐기하라고 합니다.
475ml 병 480개를 방류합니다.
<괴물>에서 그대로 묘사된 것입니다.
한국 군무원이 미군 사령부에 항의하자,
영화 속 대사처럼 미 제34사령부는 포름알데히드는 '물로 희석하면 인체에 무해하며,
한강에 버리는 것은 결국 물에 희석됨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발표합니다.
봉 감독은 이 사건의 블랙 코미디적인 면을 예리하게 포착해 낸 것입니다.
<괴물>은 단순히 괴수가 나오는 오락 영화라기에는 너무 많은 함의가 담긴 띵작인 거죠.
터널 2016
감독 : 김성훈
배우 : 하정우
배두나
전문가 평 : 터널에 갇힌 것은 숫자 1이 아니라 사람 한 명이다.
하정우 X 배두나 절체절명의 터널 붕괴 사고!
고립된 한 남자의 처절한 생존기 <터널>
변영주
<터널>은 원작이 있어요.
<터널 - 우리는 얼굴 없는 살인자였다> 소재원 작가의 원작 소설입니다.
원작의 차이점은
- 주인공의 직업은 자동차 딜러가 아닌 원자력 발전소 직원입니다.
- 구조 작업을 중단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동차에 불을 붙여 자살하게 됩니다.
- 아내도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다가 딸과 함께 연탄가스 자살을 합니다.
삶을 끝내버림으로써 불행을 끝내는 비극적 결말입니다.
김성훈 감독이 원작을 영화화하자고 제안받았을 때 딱 한 가지 조건을 걸었대요.
"무조건 해피엔딩으로 가겠다!"
"생명과 인간에 대한 예의를 <터널>을 통해서 말하고 싶었다."
감독의 의도와 무관하게 떠올릴 수밖에 없던 세월호 참사.
<터널>은 하정우 배우의 신중한 답변처럼 예의를 다한 제작진의 태도가 보였습니다.
임필성
터널 안 장면은 별도의 조명없이 미리 카메라 4대를 준비하고 동시에 촬영한 것입니다.
실제 자동차 실내등, 자동차 라이트, 휴대폰 조명, 손전등만 이용한 조명 연출을 한 것이죠.
조명 감독 왈 : 만약 조명상을 받으면 하정우 배우한테 줘야 할 정도로 고생했어.
하정우 배우가 조명까지 직접 조절해서 사용했다고 합니다.
<터널>은 날것의 느낌으로 촬영했다고 하는데요.
붕괴하는 터널 속 흩날리던 먼지는
흡입해도 인체에 해가 없는 미숫가루, 콩가루, 숯가루 등으로 제조했다고 합니다.
윤종신
카메가 4대가 돌아가면 그만큼 배우가 찍을 커트 수는 줄어드나요?
변영주
분명히 줄어들죠.
여러 번 촬영하지 않죠.
대부분은 카메라 1대로 촬영을 하는데
기본적으로 조명을 많이 쓰고 조명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카메라를 여러 대 쓰지 않는곳입니다.
근데 <터널>에선 터널 내부라는 공간은
조명을 바꾸기 힘든 특수한 상황이라 카메라 4대로 동시에 촬영하는 것입니다.
<괴물>과 <터널>의 꿀잼 고리
# 공권력에 대한 풍자
<괴물>은 한국 사회의 시스템 안에서 고민해 볼 문제들에 대해 주목한 영화.
한국 사회의 특수성, 즉 가족이란 뭐지?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는 뭐지?
자살한 사람, 지금 이 사회는 무엇인가?
구조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괴물>이 은유의 영화라면,
<터널>은 명백합니다.
한 개인의 생명에 대한 직접적이고 명백한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이 속한 사회는 나를 살릴 것이냐, 죽일 것이냐, 잊을 것이냐, 기억할 것이냐.
<터널>은 직유의 영화.
#예방 가능한 인재
앞으로 변하지 않으면 이런 사고는 또 일어날 것이다라고 예감하지요.
영화에서 생존의 문제지만 개인이 해결합니다.
<터널>에서도 외부 조력자가 터널을 뚫어주긴 하지만 하정우 배우의 의지로 생존하지요.
<괴물>에서도 총 쏘고 , 화염병 던지고, 활 쏘면서 한 가족의 힘으로 괴물을 응징하잖아요.
깊게 자리한 사회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죠.
재난을 당해도 합리적으로 구출되지 않던 현실.
예방 가능한 인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고
안전한 나라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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