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명작) 8월의 크리스마스 (Christmas in August) 1998
감독 : 허진호
배우 : 정원 - 한석규
다림 - 심은하
아이들의 웃음소리 가득한 학교 운동장에 평화로운 그림처럼 앉아 있는 정원이 있습니다.
살금살금 다가가 "워"하고 소리치면 깜짝 놀라겠죠.ㅎㅎ
오늘은 장난치지 않으려고요. 정원이 병원에서 나오는 걸 봤거든요.
어디 아프냐고 묻고 싶은데 어쩐지 축 늘어진 그의 어깨가 대신 답해 주는 것 같습니다.
뜨거운 햇볕에서 여름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계절입니다.
급하게 필름을 맡기기 위해 사진관을 찾은 주차 단속요원 다림.
그런데 사진관에는 출장 중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습니다.
날도 더운데 헛걸음만 했습니다.
짜증 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하려던 순간, 정원이 도착합니다.
정원이 사진관의 주인이거든요.
정원을 보자마자 빨리 사진을 뽑아 달라고 재촉하는 다림.
몹시 지쳐 보이는 정원은 그런 다림에게 조금만 있다가 와 달라고 부탁합니다.
다림은 막무가내로 필름을 맡기고 나가버립니다.
워워워~진정해요.
땀이 주룩주룩 흐르는 날씨에 정원은 막 문상을 다녀오는 길이었고,
다림은 곳곳을 다니며 주차단속을 하느라 힘들었을 거예요.
서로의 사정을 알 턱은 없겠지만 조금씩만 이해하며 살아요, 우리. 아셨쮸↗
잠시 후,
숨을 고른 정원은 필름을 걸어둔 다음, 아직도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다림에게 다가갑니다.
그리고 슈퍼에서 산 아이스크림 하나를 건네죠. 역시 배운 사람, 화를 가라앉힐 땐 단 게 최고죠.
아이스크림도 녹일 만큼 환하게 웃는 정원의 사과에 다림도 아이스크림을 건네받습니다.
꺄똑! 정원님의 사과가 다림님께 접수되었습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푸른 녹음과 함께 그렇게 시작됩니다.
아저씨, 사자자리죠? 생일이 8월 아니에요? 사자자리가 나랑 잘 맞다고 하던데.
근데, 아저씨 몇 살이에요?
다림은 언제부터인지 틈 날 때마다 정원의 사진관을 기웃대고 있습니다.
정원은 그런 다림이 싫지 않습니다.
AE~ 솔직하게 말해봐요. 싫지 않은 게 아니라 좋은 거 아녜요?
다림 역시 필름을 맡기러 갈 때마다 환하게 웃어주는 정원이 좋습니다.
순수하고, 다정하며, 성실한 정원이 참 좋습니다.
옳소. 꿀보이스 추가요!
작은 동네에서 한 사람은 사진관을 또 한 사람은 주차 단속원으로 일하다 보니
두 사람은 수시로 마주치는데요. 그때마다 서로가 반가워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정원의 스쿠터 소리가 들립니다. 다림의 얼굴 가득 함박꽃이 피었습니다.
정원은 다림의 손이 자신의 허리를 감싸도록 하는데요. 꺄~박력 넘치는데요. 정원씨 ㅎㅎ
순간, 수채화로 물든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두 사람은 물들어 갑니다.
"아저씨는 왜 나만 보면 웃어요?" 거리낌 없이 정원에게 물어오던 다림이 모르는 게 있습니다.
병원을 다녀온 어느 날.
나 곧 죽는다. 친구에게 농담처럼 전해버린 진심.
정원은 발톱을 깎다 말고 마루에 눕습니다.
혼자인 시간, 얼마나 더 이런 시간들을 보낼 수 있을까요.
나 멀쩡해. 나 정말 멀쩡해 되뇌어 보지만,
정원의 눈가에 눈물이 고입니다.
정원은 슬퍼하거나 절망하지 않습니다.
아무 일 없었던 듯이 사진관을 지키며 일상을 살아갑니다.
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날,
차를 타고 지나던 다림은 우연히 스쿠터 가게 앞에 서 있는 정원을 보게 되는데요.
차를 멈춰 세우고 정원에게 다가가는 다림.
정원은 늘 그랬던 것처럼 환하게 웃으며 반겨줍니다.
피로야, 썩 물러가라, 정원표 미소 납신다. 뚜둥~
정원은 마침 잘 됐다며 사진관까지 우산을 좀 씌워 달라고 말합니다.
''맨 입으로요? 안돼요. 그럼 있다가 저녁에 술 사주세요."
약속을 받아내고 나서야 우산을 씌워주는 다림. 협상의 달인으로 임명합니다.
그렇게 우산 하나를 함께 쓰고 걸어가는 길, 다림이 쥔 우산이 자꾸만 정원 쪽으로 기우는대요.
어느새 어깨가 다 젖은 다림과 가만히 손수건을 건네는 정원. 흐엉~
우산 아래서 두 사람은 한 뼘 더, 천천히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술을 사 달라던 다림은 어쩐 일인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밤늦게까지 사진관에 불을 켜 놓고 기다리던 정원은 창 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는데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화나지 않아요? 웃지 말아요. 아저씨, 지금 바람맞은 거예요. 바보!
정원은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 검붉은 노을 너머 또 하루가 저물 땐 왠지 모든 것이 꿈결 같아요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은 무얼 찾고 있는지...
늦은 밤까지 사진관을 지키고 있던 그날 다림은 결국 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낮에 가족사진을 찍으러 온 할머니가 고운 한복을 입고 다시 찾아오셨는데요.
"잘 찍어 줘야 돼. 내 제사상에 올려놓을 사진이니까."
당부하시던 할머니의 말씀 때문이었을까요. 슬퍼, 슬퍼. 잘 참았는데 할머니가 웃으시니 더 슬퍼.
정원은 쉽게 잠들지 못합니다.
스르륵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아버지 방으로 가서는 그 곁에서 잠을 청합니다.
약속했던 날 나타나지 않았던 다림은 며칠 후 사진관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대뜸,
"아저씨, 저 저번에 안 와서 삐졌죠." 합니다.
정원은 그저 허허 웃으며 왜 안 왔는지 묻는대요.
다림은 "그냥 오기 싫어서 안 왔어요." 하고는 일하러 가야겠다며 또 훌쩍 나가버립니다.
뭔가 마음이 복잡해 보이는 다림.
정원은 그런 마음을 잘 알고 있지만 붙잡지 않습니다.
그저 터덜터덜 걸어가는 다림의 뒷모습을 사진관 창문 너머로 가만히 바라봅니다.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정원, 이해가 돼요. 뛰어가 다림을 붙잡으라고 말하지 않을게요. 충분히 이해했어요.
정원에겐 할 일이 많습니다.
비디오테이프 보는 것을 좋아하시는 아버지께 리모컨 사용하는 방법도 알려 드려야 하고요.
맴찢! 정원이 없으면...
보고 싶던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서 사진도 찍습니다.
또 사진관도 조금씩 정리를 하죠.
이제 정원에겐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정원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히잉ㅠㅠ
다림은 정원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샐쭉해서 가 놓고는 어느 날 또 갑자기 말끔해진 표정으로 사진관 문을 여는 다림.
오늘은 원피스에 화장까지 곱게 했습니다.
정원이 다림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데요. 다림이 정말 예쁘네요.
쉬는 날 무얼 하는지 묻고 답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끊이지 않는 두 사람입니다.
오징어에 맥주 한 캔이 여느 산해진미보다 달달한 날입니다.
정원은 놀이동산에 가고 싶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하는 다림이 그저 귀엽습니다.
다림의 마음을 철석같이 간파한 정원 덕분에 두 사람은 첫 데이트를 하게 되는데요.
으흐흐~ 설렌다. 잠도 안 올 것 같아.ㅎㅎ
두 사람의 데이트는 따뜻한 색감이 덧입혀진 예쁜 가을과 같습니다.
상쾌한 산들바람이 두 사람이 가는 길을 배웅하는군요.
정원의 이야기에 까르르 웃으며, 정원의 팔에 팔짱을 껴보는 다림.
마치 소년처럼 쑥스러워하던 정원도 더욱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두근두근♥콩닥콩닥 여기서도 들려요ㅎㅎ
이쁘다.
종일 데이트를 하고 온 그 밤.
다림은 설레는 마음에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정원의 얼굴을 떠올리고 그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다림은 자신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습니다.
참아봐요, 다림. 룸메 깨겠어요.
하지만 그 밤 정원은 병원에 실려 갑니다.
병원에 입원한 정원은 무슨 꿈을 꾸는지 웃고 있습니다.
마음 아파요. 어떻게 해요.
정원의 사정을 모르는 다림은 며칠째 닫혀 있는 사진관 앞에서 애가 탑니다.
편지까지 남겼는데도 여전히 연락이 없는 정원.
다림의 기다림이 길어집니다.
결국 늦은 밤, 또다시 사진관을 찾은 다림은 화가 나서 돌멩이를 집어 듭니다.
와장창 깨지는 유리창.
스트라이크! 볼인가?
다림은 그렇게 뒤돌아서 가버립니다.
그녀 : 나는 함부로 마음 주는 그런 사람 아니라고요.
처음 만난 날부터 아저씬 내게 시시한 사람 아니었어요.
어딨어요? 사라지지 말아요.
다림이 깨트린 사진관 유리창과 다림이 문틈에 꽃아 두고 간 편지를 정원이 발견한 건
어느새 입김이 나오는 계절이 되었을 때입니다.
그 길로 편지를 적어 다림을 찾아갔지만 그냥 멀리서 다림의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할 뿐,
다가가는 정원의 발걸음을 예정된 시간이 멈추라 붙잡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눈이 소복이 쌓인 거리.
사진관 문을 열고 나오는 건 정원 대신 정원의 아버지입니다.
어디 출장을 가시는 모양인데요.
잠시 후 사진관 앞에는 낯익은 얼굴이 서성거립니다. 다림입니다.
다림은 천천히 사진관 밖을 둘러봅니다.
사진관 앞에 걸린 액자들 중에서 어떤 사진 하나를 발견합니다.
사진관에 놀러 갔던 어느 날 정원이 직접 찍어준 다림의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슬며시 웃는 다림.
다림을 찾아갔던 그 날, 정원이 미처 건네지 못한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내 기억 속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지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보는 내내
예쁜데 슬퍼
슬픈데 행복했던
내겐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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