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명작) 러브 레터 (Love Letter) 1999
감독 : 이와이 슌지
출연 이름 : 와타나베 히로코
후지이 이츠키
1999년 당신의 첫사랑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히로코 : 차가운 눈 위에서 눈을 감았을 당신을 생각해요.
내 마음은 당신과 이별하지 못했는데 당신은 여전히 내게 와 주지 않는군요.
당신은 아직도 내게 아픔인가요?
눈이 펄펄 날리는 날씨에 추도식이 열립니다.
옛 연인 후지이 이츠키의 2주기에 참석한 와타나베 히로코.
2년의 시간은 누군가를 잊기에 충분한 시간일까?
빨간 머리 앤의 매튜 아저씨는 이별하는 사람을 힘껏 사랑했다면 후회가 남지 않을 거라고
하셨는데
히로코에게는 잃어버린 그 사람을 힘껏 사랑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나 봅니다.
그녀가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군요.
추도식이 끝나고 히로코는 옛 연인의 집에서 그의 어머니와 앨범을 봅니다.
중학교 앨범에서 자신과 닮은 소녀를 발견한 히로코.
단 번에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채죠. 캬~ 여자의 직감은 만국 공통이로구나.
닮았다면 뭐가 달라지니 이츠키의 어머니가 묻습니다.
닮아서라면 용서할 수 없어요 그게 절 선택한 이유라면 전 뭐가 되는 거죠.
그 사람은 절 첫눈에 반했다고 했어요. 전 속은 거예요.
쫘악! 마음 한편에서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 전해져 옵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지금은 없어진 이츠키의 옛 주소를 팔뚝에 옮겨 적습니다.
그리고 마치 천국에 보내는 것처럼 무작정 편지를 씁니다.
잘 지내고 있나요, 전 잘 지내고 있어요. 와타나베 히로코
그는 내 사랑입니다. 여전히 내 사랑입니다.
♪ 잊으라 했는데 잊어 달라 했는데
그런데도 아직 난
너를 잊지 못하네
어떻게 잊을까 어찌하면 좋을까
세월 가도 아직 난
너를 잊지 못하네
아직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나 봐
아마 나는 너를 잊을 수가 없나 봐 -나훈아 님의 영영-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답장이 옵니다. 정말? 정말? 정말! 와하하하~
저도 잘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감기 기운이 있네요.
사실 히로코가 졸업앨범에서 봤던 주소는 연인이었던 후지이 이츠키가 아니라,
같은 이름의 여학생의 것이었죠.
그 사실을 모르는 히로코는 혼란스럽습니다.
도대체 누가 꼬박꼬박 답장을 보내는지
그리고 왜 자신을 후지이 이츠키라고 우기는지 모를 일입니다.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해요? 오들오들~ 무서울 것 같아요.
지금 사귀고 있는 연인 시게루가 그 주소지로 직접 가 보자고 합니다.
그렇게 직접 와 보고서야 히로코는 동명이인의 존재를 알아차립니다.
하아↘
그녀는 맥이 풀려서 이츠키의 집 앞에 주저앉아 편지를 씁니다.
내가 아는 사람은 남자예요. 그는 나의 연인이었죠.
하지만 히로코는 그 연인이 산에서 사고로 죽었다는 것은 말하지 않습니다.
히로코, 나라도 그이의 부재를 얘기할 순 없었을 거예요.
말해버리는 순간, 정말 이별하게 될까 봐... 말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히로코가 남긴 편지를 받아본 이츠키.
그녀는 자신과 똑같은 이름을 가졌던 중학교 동창을 떠올립니다.
중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다가 전학을 간 친구였죠.
중학교 동창... 불빛 하나 탁! 켜지듯, 이츠키의 마음에 반짝이는 물결이 흘러내립니다.
후지이 이츠키에게서 뭔가를 예감한 히로코는 넌지시 묻습니다.
후지이 이츠키 님 그는 어땠어요?
같은 이름의 여자애에게 운명적인 뭔가를 느끼지 않았을까요? 와타나베 히로코.
히로코~ 으음~.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촉이 대단히 발달한 사람입니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요.
당신은 로맨틱하게 생각할지 몰라도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아 그다지 좋은 기억만은 아니었어요.
후지이 이츠키.
이츠키~ 으음~, 둔탱이!
어른이 된 뒤,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는 후지이 이츠키.
그녀는 히로코 덕분에 천천히 중학교 시절을 더듬어 가기 시작합니다.
후각은 오래된 기억도 상기시킬 수도 있고, 당시의 느낌이나 감정까지도 구현해 낸다고 해요.
이츠키는 도서관에서 근무하니까 책 냄새로 중학교 동창을 진하게 기억할 수도 있겠네요.
중학교 동창도 도서실 도서위원이었으니까요. 그곳도 책으로 가득한 공간이잖아요.ㅎㅎ
새 학기가 시작된 교실 안 선생님이 출석을 부릅니다. 어색하고 서먹하고, 떨린다.
후지이 이츠키. 그러자 소년과 소녀가 동시에 손을 들고 대답하죠. 앗!
그렇게 같은 이름을 지닌, 서로를 알게 된 두 사람. 초초~오초 창피해!
나랑 같은 옷을 입은 사람과 잠시 스쳐지나 만 가도 창피하고 난감한데
그것도 성별이 다른 아이와! 같은 반에서! 이름이 같다니, 크앙~ 울고 싶다.
엄마, 법원 가자. 개명신청하러.
그때부터 둘은 친구들의 놀림을 받으며 도서실의 도서위원이 됩니다.
열심히 일하는 소녀 이츠키와는 달리, 창가에서 책만 읽는 소년 이츠키.
크헉! 너란 남자, 그냥 그림이네. 다 ~ 용서한다.
소년의 취미는 아무도 빌려보지 않는 책을 빌린 후,
빈 대출카드의 첫 번째 칸에 이름을 써넣는 것인데요.
책마다 후지이 이츠키, 후지이 이츠키 부지런히 적어 둡니다.
글씨도 빤 듯 빤 듯 잘 적네. 명필이야.
우리 이츠키, 뭐든 다 ~ 이뻐.
오구오구~ 편애... 맞습니다.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란 책에도 써 놓죠.
주인공 마르셀은 홍차에 적신 과자 마들렌의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을 회상합니다.
후지이가 '후지이 이츠키 대출카드놀이'에 대해 써 보내자, 히로코는 답장을 보냅니다.
도서 카드에 쓴 이름이 정말 그의 이름일까요.
그가 쓴 이름들이 어쩐지 당신 이름인 것만 같군요.
에에↗ 설마. 후지이 이츠키는 말도 안 된다며 머리를 젓습니다.
거듭 알려드립니다. 둔! 탱! 이!
이츠키는 과거로 거듭해 갈수록,
단순한 기억들이 점점 아쉽고 소중한 추억들로 변해가는 것을 발견합니다.
혹시 좋아하는 여자애 있니?
기억 속 소녀 이츠키가 도서실에서 책 읽는 소년에게 묻습니다.
소년은 한참 쳐다보더니 퉁명스럽게 말합니다.
없어.
방과 후, 소년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소녀에게 밀가루 포대를 확 덮어 씌우고 도망갑니다.
자신의 마음을 몰라줘서 화가 난 것처럼.
꺄꺄꺄~~~↗↗↗
호들갑... 맞습니다.
한 번 과거에 발을 들여놓자,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이번에도 이름에 얽힌 추억인데요.
서로의 시험지가 바뀐 줄 알고 자전거 보관소에서 이름을 확인하던 날입니다.
그때 소년 이츠키는 자전거 불빛 아래서 시험지가 잘 안 보인다며 시간을 끌었고,
소녀 이츠키는 소년의 옆에서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돌려 불빛을 만들어 냅니다.
실은 소녀와 단둘이 오~래 있고 싶어서는 아니었을까요.
꺄~~~ 꺄~~ 목쉬겄다, 목쉬겄어.
중학교 3학년 겨울, 소년이 집으로 찾아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내밉니다.
겨울방학 전에 빌린 건데 반납을 못했어. 대신 반납해 줘.
아~ 이런 목소리를 가졌구나.
이때, 소년 이츠키가 소녀 이츠키에게 가장 길게 말을 하거든요.
이것이 마지막일 줄이야.ㅠㅠ
책을 반납하고 소년과의 추억이 가득한 도서실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두는 소녀.
도서실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눈부신 햇살과 함께 첫사랑의 기억도 고이 묻어둔 채 나갑니다.
소녀는 몰랐습니다.
이사를 가기 전 소년이 책을 핑계 삼아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 찾아왔다는 것을 말이죠.
마지막으로 말합니다. 둔! 탱! 이!
한편 편지를 주고받을수록 자꾸 질투가 나는 히로코.
하아↘ 미안해요. 히로코 생각을 못했네요. 추억이 너무 예뻐서... 그만, 넋을 놓고 봤네요.
옛 연인 후지이 이츠키는 반지를 들고서도 청혼을 안 하고 머뭇거렸죠.
첫사랑 때문에 주저했던 것은 아닐까 히로코는 짐작합니다.
가슴이 저려오지만 자꾸 그런 생각이 듭니다.
위로... 의 말이... 미안해요... 근데 난 왜 자꾸 사과하는 거지. 어리둥절!
마침내 히로코는 편지를 그만 쓰고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잘했어요.
그리고 후지이 이츠키가 사고를 당한 산으로 떠납니다.
눈 부시게 펼쳐진 눈의 세상.
그 앞에 보이는 건 옛 연인이 조난사고를 당한 바로 그 설산.
눈밭을 비척비척 뛰어가다 멈춰 선 히로코는 산을 향해서 손을 모으고 소리칩니다.
잘 지내고 있나요. 돌아오는 건 자신의 메아리뿐.
그래도 터지는 울음을 틀어막으며
붙잡지 못해서 보내지 못한, 가슴속에 가득 쌓인 그를 토해 내듯 이별합니다.
잘 지내고 있나요. 난, 난 잘 지내고 있어요.
아무리 그리워도 이젠 그를 놓아주어야 할 시간.
히로코는 잃어버린 사랑을 목 놓아 부르며 눈 위에 주저앉고 맙니다.
후지이 이츠키는 기억을 더듬다 오랜만에 모교를 찾습니다.
그 옛날 추억의 공간인 도서실에도 가보죠.
후배들이 말합니다.
이츠키 대출카드 찾기 놀이가 유행이라고요.
선배님을 많이 좋아했나 봐요 이렇게 선배 이름을 많이 적어놓다니.
후배들은 로맨틱하다며 감탄해도 설마설마하며 인정 못하는 이츠키.
복도 끝에서 우연히 만난 은사님이 말합니다.
너랑 이름이 똑같았던 애 기억나니? 2년 전 산에서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는구나.
가슴 저 안쪽에서 번져가는 놀라움과 아픔.
며칠 후 도서실 후배들이 그녀의 집으로 우르르 찾아옵니다. 그리고 불쑥 내미는 책 한 권.
그녀는 금방 그 책을 알아봅니다.
소년이 떠나던 날에 건네받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였습니다.
책에서 대출카드를 꺼내보자, 후배들이 말합니다.
카드 뒷면이요.
무심코 카드를 뒤집어 보는 순간.
그녀는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뒷면에 정성스럽게 그려져 있는 소녀, 후지이 이츠키의 얼굴.
소년 이츠키는 소녀 이츠키를 좋아했습니다. 아주 많이요.
소녀도 소년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좋아할 틈도 없이 헤어져야 했지요.
너무 늦게 알아차린 그의 마음이 애잔해서 그녀는 목이 매입니다.
잘 지내니? 난... 난 잘 지내고 있어.
도서카드마다 이름을 적어 넣고 마지막에 그 사람을 그려 넣는 순수함.
그 옛날, 한 번이라도 카드의 뒷면을 봤다면 둘의 운명은 달라졌을까요.
대출카드 뒷면의 그림은 과거에서 도착한 러브레터였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더듬어 뒤늦게 발견한 한 사람의 마음.
후지이는 히로코에게 마지막 편지를 씁니다.
와타나베 히로코 님, 가슴이 아파서 이 편지는 보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꼭꼭 눌러 기록하면서
울컥울컥 했던
소년과 소녀가 벌써 보고픈
내겐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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