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1열)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vs 왕의 남자
방구석 1열 14화 2018년 8/3일
정사가 아닌 야사를 다룬 두 영화!
역사적 사실보다 상상력에 기반한 두 띵작!
예를 들어 삼국사기 X
삼국유사 O
<위험한 관계>라는 프랑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캔들>
조선왕조 실록의 한 줄에서 출발한 <왕의 남자>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2003
감독 : 이재용
배우 : 전도연 이미숙
배용준
이미숙 X 전도연 X 배용준 통(通)하였느냐?
금기된 사랑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이동진 한 줄 평 : 우아하고 요염하다.
변영주
<스캔들>은 내용과 형식의 어긋남이 주는 묘한 쾌감과 재미를 주는데요.
<스캔들> 이전의 사극은 수백 년 된 유적지에서 역할극 하는 느낌을 줬다면
<스캔들>의 놀라운 점은 조선판 신축 펜트하우스 느낌이 난다는 것입니다.
미술적인 완성도가 극의 리얼리티를 끌어올립니다.
허지웅
#<스캔들>의 원작 소설인 <위험한 관계>
원작 소설의 배경은 1989년 프랑스혁명 직전 그야말로 격동과 혼돈의 시기입니다.
극단주의자들이 등장하고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며
공화정이 무너지는 변화 과정이 길지 않은 시기입니다.
되게 짧은 시간에 이 모든 변화들이 일어난 거죠.
<위험한 관계>의 작가 드 라클로가 원작 소설에서 보인 태도를 보면
기존에 중요했던 가치들이 무너지는 과정을 차가운 시선으로 관찰합니다.
그런 면에서 <스캔들>의 배경인 조선 후기와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조선 후기 역시 실학과 천주교 등의 유입으로 기존의 가치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기 때문이죠.
이재용
원작의 배경을 우리나라로 가져올 때 시기를 좀 고민했어요.
조선시대는 유교 근본주의 때문에 억압되고 여자들은 욕망을 드러내면 안 되는 시절이라서
어쩌면 회교 국가 같은 거잖아요.
장옷이 히잡처럼 얼굴을 가리고 여자들은 내실에서 나오면 안 되는 등등의 이유로
조선시대로 리메이크가 가능할까? 생각을 깊게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노리를 스친 한 가지 발상은
#열녀문 : 조선 시대에 절개를 지킨 여성을 기리고자 세운 기념문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열녀문을 세워주잖아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열녀가 아니면 열녀문을 세워주면서 장려를 했을까 역발상을 한 것이죠.
어쩌면 조선 시대 여성들이 생각보다 자유로웠고
억압 속에서도 욕망을 찾고 금기를 깨려는 사람들이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배경을 조선 시대로 정하게 된 겁니다.
Q.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캐스팅 비화?
이재용
#배용준
첫 영화, 첫 사극에 도전해서 신인상을 받다!
배용준 배우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안경 벗은 배용준을 본 적도 없고 사극을 하는 모습은 상상할 수 없었는데요.
첫 순위는 <정사>에서 함께 한 이정재 배우였는데 스케줄상 불발이 되었죠.
스타성과 마케팅을 고려해 욘사마에게 제안을 했고
밤 12시에 분장팀과 이재용 감독 , 배용준 배우만 비밀 회동을 해서
수염 붙이고 상투 튼 모습이 아니다 싶으면 영원히 말 한 하기로 약속하고 취소하기로 했죠.
다행히 어울렸습니다.
<스캔들>이 이뤄낸 최고의 성취는
#조선의 미로 표현된 #미장센의 극치를 이뤄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장센 : 무대 연출, 디자인 , 미술 전반을 아우른다.
허지웅
사극 같은 경우는 장소, 의상, 소품 등 매 장면마다 돈 드는 것들로 가득합니다.
<스캔들>은 미장센이란 단어만 떠올리면 한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대단히 훌륭했어요.
한국 영화의 미적인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영화입니다.
이재용
한국 영화에서 프로덕션 디자인 내지는 미술 쪽에 투자를 많이 안 하던 시절이에요.
심지어 미술 감독도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스캔들>은 제작비의 40%를 미술에 투자했습니다.
원래는 의상도 대여하고 민속촌에서 촬영을 했어야 하지만
<스캔들>은 의상도 제작하고 집도 직접 지었던 거죠.
변영주
<스캔들>의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정구호 선생입니다.
원래는 대표적인 패션 디자이너인데
<스캔들>을 통해 한국의 미를 풍성하고 다채롭게 표현해 냅니다.
상도 받게 되었으니까요.
이재용
원래는 웬만하면 고증이 우선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색깔이 너무 한정될 것 같았죠.
조선시대는 오방색(황청백적흑)만 쓰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색깔만큼은 현대적 감각에 맞게 과감하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조원(배용준)의 또 다른 취미는 '춘화'제작인데요.
이재용
오프닝의 조원의 춘화와 앵그르의 오달리스크는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함과 기시감에서 오는 시각적 재미를 위해 의도적으로 모사한 것입니다.
허지웅
동서양을 막론하고 춘화를 그리고 싶어 하는 욕망은 뭘까요?
윤종신
강력하게 금지라는 것들은 강력하게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은밀한 것일수록 오히려 공유하고 싶은 심리인 것 같습니다.
변영주
그래서 <스캔들>의 시나리오를 함께 쓴 김대우 작가가
결국은 <음란서생>이란 영화를 만들게 된 거죠. 본격적으로! 이거다! ㅎㅎ
왕의 남자 2005
감독 : 이준익
배우 : 감우성 유해진
이준기
감우성 X 이준기 왕을 웃겨 보이겠소!
시대를 풍자한 광대들의 줄타기 <왕의 남자>
한 줄 평 : 한국 영화의 새로운 비상을 알린 작품.
장생과 공길의 반 뼘짜리 외줄 위는
그 누구의 지상보다 자유로운 공간이었다.
#언제 봐도 오랜 여운이 남는 띵작!
#<왕의 남자>의 원작인 연극 <이(爾)>
변영주
연극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공길의 캐릭터입니다.
연극에서는 공길이 권력자가 되어 정치적으로 훨씬 탐욕스럽고 파멸적인 이야기로 끌고 가죠.
<왕의 남자>에서는 로맨틱하고 멜로적인 느낌으로 상황이 바뀐 겁니다.
강지영
<왕의 남자>는 연산군의 취향이 워낙 호색가였고 풍류를 즐겼기 때문에
"연산군이라면 동성애도 관심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변영주
그래서 낮은 수위의 동성애 코드를 첨가한 시나리오가 탄생하게 된 거죠.
강지영
기존의 영화에서는 연산군을 다룰 경우 장녹수에게 초점이 가기 마련인데 <왕의 남자>에서 공길이란 사람을 영화에 끌어들인 것 자체가 되게 신선한 소재였던 것 같아요.
허지웅
실제로 공길은 실록에도 등장합니다. #'배우 공길'로 등장합니다. 실록에 있는 내용을 보자면 유명한 사당패였던 배우 공길이 왕 앞에서 논어를 읊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역사 속 인물 '배우 공길'에 대한 상상력을 펼친 희대의 명작이 탄생한 거죠.
#이준익 감독의 전력
① 꽃미남 캐스팅
이준기 배우는 2000년대 중반 예쁜 남자 열풍의 주역이었죠.
100대 1의 경쟁률로 오디션에 합격합니다.
심지어 이준기 배우는 공길의 동작까지 직접 연구했다고 해요.
여장남자 공길의 요염한 말투와 손짓을 완벽하게 소화를 시킨 거죠.
② 극의 빠른 전개
조금만 지루했으면 천만 영화가 되지 못했을 겁니다.
윤종신
대부분 사극에서 쓰인 컷 수가 900컷 정도인데
이준익 감독은 빠른 극의 전개를 통해
지루할 수 있는 사극의 단점을 보완해서 1,800컷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허지웅
이 전의 천만 영화는 정치적인 목적이 뚜렷하거나 상업적 마케팅 측면이 강했다면
<왕의 남자>는 이야기만으로 천만 흥행을 달성한 최초의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변영주
<왕의 남자>와 <스캔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왕의 남자>는 오방색의 덩어리 같은 영화잖아요.
윤종신
<왕의 남자>에서는 궁궐이 나옵니다.
<스캔들>에서는 보통 가옥들이 나오죠.
허지웅
<왕의 남자>는 실록이 다루고 있는 왕실의 모습이 나오는데요.
의복이나 가채, 장신구 등을 훌륭한 가성비로 미학적으로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Q. 실제로 연산은 예술을 사랑한 왕이었나?
강지영
연산군이 각지의 가무에 능한 기생들을 궁궐로 불러들였다고 해요.
연산군의 기생을 '흥청'이라 불렀다고 하는데
왕을 즐겁게 하여 맑은 기운을 일으킨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연산군이 흥청들과 놀아나다가 나라가 망했다는 뜻으로
이것이 바로 '흥청망청'리라는 말의 유래가 되는 것입니다.
<패왕별희>와 <왕의 남자>의 공통점
① 꽃미남 캐스팅
장국영과 이준기
② 주인공의 직업 = 배우
③ 동성애 코드
변영주
실제로 경극은 조선시대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경극은 청나라 후기에야 만들어집니다.
이 때는 청나라의 태조인 누르하치가 태어나기도 전입니다.
따라서 <왕의 남자>는 팩션 사극 영화라고 하는데
팩션 = 팩트(사실) + 픽션(허구)
팩션 사극이란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장르입니다.
변영주
<왕의 남자>는 광대들의 인생사가 한 편의 마당극 놀이였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삶의 마지막 모습까지도 능수능란하게 묘사한 것은 이 영화가 가진 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캔들>과 <왕의 남자>의 꿀잼 고리
변영주
# 웰 메이드 사극 영화
둘 다 정사를 다뤘다기보다는 풍속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스캔들>은 완성도 높은 문학을 원작으로 미학적 가치를 통한 흥미를 유발합니다.
철저한 고증이 바탕이 되어 우아한 느낌을 주죠.
<왕의 남자>는 역사적 사실에 판타지를 가미한 이야기의 구성으로 재미를 유발합니다.
고증이 중요하지 않을 만큼 구성적 재미를 줍니다.
# 어리석은 욕망과 비극적 결말
<스캔들>은 사랑에 자만한 사람들이 사랑에 빠질 때 일어나는 비극과
조원과 조 씨 부인의 욕망은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게 됩니다.
<왕의 남자>에서는 연산의 복수를 향한 욕망은 궁궐을 피바다로 물들이고
장녹수의 권력에 대한 욕망은 공길의 등장에 처참하게 무너지죠.
윤종신
권력의 편에 서서 얻은 부귀영화는 허무하게 끝날 수 있다는 교훈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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