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명작)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2004
눈송이가 흩날리는 겨울이면 생각나는 영화죠. <이터널 선샤인>
힘들고 지칠 때 이런 생각 한 번쯤 해 보신 적 있으세요? 기억을 싹~ 지우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요.
특히 너무 아픈 사랑의 기억에 마음이 아릴 땐 그런 바람이 더 간절해지죠.
<이터널 선샤인>은 서로의 기억을 지우려 한 남녀의 이야기입니다.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가 있다는 설정이 신선했는데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갈등도 하고... 먹먹한 기억을 지닌 분들이라면 오래 기억될 영화가 아닌가 싶어요.
<이터널 선샤인>의 남녀 주인공은 짐 캐리(Jim Carrey)와 케이트 윈슬렛( Kate Elizabeth Winslet)이죠.
보통의 멜로 로맨스 영화라면 남녀 주인공이 멋지고 예쁘게 그려질 텐데 이 영화는 조금 다릅니다. 길 가다가 아무데서나 마주칠 것 같은 평범하고 현실적인 연인의 모습이었어요. 그래서 더 공감이 가지 않았나 싶어요.
사랑은 그렇게 다시 기억된다. 이 영화의 포스터에 적힌 문구예요.
관객들이 선정한 다시 보고 싶은 영화 1위이기도 했던 영화 <이터널 선샤인>
직장 아니면 집을 왕복하면서 무미건조하게 사는 조엘.
누군가를 만나고 싶지만 내성적인 데다 여자와는 눈도 못 마주치는 숙맥이죠.
그런 그가 출근길에 몬탁 바닷가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맙니다. 난 원래 충동적인 사람이 아닌데...
스스로 알 수 없는 이끌림으로 회사까지 결근하며 찾은 바닷가.
아까부터 한 여자가 자주 눈에 띕니다. 파란색 염색 머리를 하고 주황색 옷을 입은 여자.
이상하게 가는 곳마다 마주치게 되는 그녀.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도 같은 칸에 앉아 서로를 힐끔힐끔 보게 되는데요.
먼저 말을 걸어온 건 활발한 성격의 그녀. 어디까지 가요? 난 클레멘타인이라고 해요.
만난 지 하루 만에 그녀는 놀라운 말들을 하죠. 우린 결혼할 거예요. 우린 언젠가 찰스 강에 갈 거예요. 소풍도 가고...
그녀의 거침없는 성격이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싫지만은 않은 조엘.
둘은 그녀의 말대로 얼어붙은 찰스 강에 누워 별을 구경합니다. 조엘의 엉터리 별자리 설명에도 웃어주는 그녀.
그렇게 그녀는 조엘의 마음속에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합니다.
클레멘타인과 다툰 뒤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산 조엘은 그녀가 일하는 서점에 갑니다.
그런데 그녀는 조엘을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묻죠. 손님, 뭘 도와드릴까요?
장난인가 싶지만 그녀는 정말 그를 처음 본 사람으로 여깁니다.
게다가 그녀 옆엔 새 남자 친구까지 있습니다. 이럴 수가! 조엘의 마음은 어지럽기만 합니다.
조엘은 그녀가 '라쿠나'라는 회사에 찾아가 자신에 대한 기억을 지웠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화가 난 조엘은 당장 확인하기 위해 '라쿠나'사를 찾아가죠.
클레멘타인이 힘들어하면서 다 잊고 싶어 했어요. 담당자가 전해주는 말에 조엘은 절망합니다.
난 아직 그녀를 사랑하고 기억하는데... 그녀는 날 지우고 새 사람을 만나고 있다니...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옵니다.
조엘도 그녀의 기억을 지우기로 합니다.
담당자가 말합니다. 그녀와 관련된 모든 걸 모아 오세요. 그걸 이용해 머릿속에 그녀에 대한 회로를 지울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새로운 삶이 당신을 맞을 겁니다.
조엘은 그녀와 얽힌 옷, 책, 그림... 물건들을 모두 모으죠.
그러면서 추억을 하나 둘 떠올립니다. 행복했던 순간도 생각납니다. 싸우면서 결정적인 말실수를 했던 일도 생각납니다.
그가 모아 온 물건들을 보며 '라쿠나'의 담당자는 말합니다.
기억엔 감정의 중심부가 있는데 그 부분을 없애면 기억이 말소돼요. 아침에 일어나면 목표로 삼은 기억들은 꿈처럼 희미해져 사라질 겁니다. 최근 기억부터 사라집니다.
조엘이 잠든 사이 하나 둘 지워지는 기억들.
그 기억 속에서 클레멘타인과 조엘은 대화를 합니다. 이 추억이 다 사라질 거야. 넌 내일 아침이면 없어질 거라고. 그러니까 날 지우지 말았어야지. 왜 날 지웠어?
울면서 원망하는 조엘에게 그녀는 말합니다. 미안해. 내가 좀 충동적이잖아.
조엘은 점점 지워져 가는 클레멘타인을 데리고 기억 속에서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아, 제발~ 제발 이 기억만은 남겨 주세요. 이 순간만은 취소해 주세요. 내 말 들려요?
하지만 그는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어서 의식 속의 외침일 뿐이었죠. 멈출 방법이 있을 거야.
조엘은 그녀를 데리고 '라쿠나'사에서 모르는 기억 속으로 숨습니다. 조엘의 어린 시절 기억에도 들어가고 둘만의 추억 속 공간으로 피하기도 하죠. 계속되는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
마침내 조엘은 어디로 도망쳐야 할지 몰라 허둥댑니다.
클레멘타인이 말합니다. 내가 없는 기억 속에 숨어 있으면 되지.
그러자 조엘이 대답합니다. 네가 없는 기억은 없어.
이 좋은 추억들이 다 없어져 가는데 어떡해? 흠, 그냥 음미하자.
그럼, 작별 인사라도 제대로 하자. 안녕, 조엘. 사랑해. 몬탁에서 만나.
영화의 첫 부분 조엘이 충동적으로 떠난 바닷가에서 만난 그녀. 사실은 그게 두 번째 만남이었던 거죠.
둘 다 기억을 지운채로 만났지만 어쩔 수 없이 끌리는 걸 막을 순 없었죠.
기억을 지워도 사랑은 남아 있었습니다.
다시 만난 둘에게 '라쿠나'사 직원이 몰래 보낸 녹취 파일이 도착합니다.
기억을 지우며 서로에 대해 험담한 내용이 담긴 거였죠.
음~ 똑똑하긴 한데 교양 있진 않아요. 어휘도 좀 달리고 솔직히 창피했던 적도 있어요.
이미 기억을 지운 상태여서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갑자기 험담을 듣게 돼 놀라는 두 사람.
기분이 상한 그녀는 떠나버립니다. 하지만 조엘은 기억 속 그녀가 했던 말을 기억합니다. 최선을 다해 날 기억해 줘.
조엘은 떠나려는 그녀를 붙잡으며 말합니다. 당신이 날 여전히 채워줄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곧 거슬려할 테고 난 당신을 지워야 할 거예요. 괜찮아요.
난 겨우 내 앞가림이나 하는 이기적인 아이예요. 완벽하지도 않고... 뭐, 어때. 괜찮아요.
시간이 지나면 지루해지고 소홀해지는 시간이 올 거란 걸 알면서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끌림.
그리고 멈출 수 없는 마음. 흰 눈이 쌓인 바닷가를 거닐며 두 사람은 그렇게 새로운 시작의 길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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