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명작) 클래식 (The Classic) 2003
'고전'이라는 게 오래된 작품이라는 뜻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감동을 주는 작품을 칭하기도 하죠.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 세 배우의 풋풋함이 아름다웠던 영화 <클래식>
첫사랑을 아련하게 그려낸 영화였죠.
비 오는 날 뛰어가는 장면 위로 들리던 자전거 탄 풍경의 '♪ 너에게 난, 나에게 넌' 설레던 첫사랑과 어우러져 잊을 수 없네요.ㅎㅎ
<클래식>은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떠올리게도 하는데요. 첫사랑은 바로 그 시절의 나와 너를 추억할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마당에 잔뜩 쌓인 책들 위로 따뜻한 가을 햇살이 쏟아집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엄마.
지혜는 그 허전함을 털어내기 위해 지금 오래된 책들을 정리하는 중인데요. 정리한 책들을 벽장에 넣다가 먼지가 소복하게 쌓인 상자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가끔 이 상자를 꺼내서 그 안에 들어있는 편지와 노트를 펼쳐보며 눈물을 흘리던 엄마의 모습이 스쳐지나 가는데요.
문득 호기심이 생겨서 상자에서 낡은 편지를 하나 짚어 듭니다.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상냥한 바람이 가을을 예고해 줍니다. 그 바람을 편지지에 실어 당신에게 보냅니다.
훗, 상냥한 바람이라니... 촌스럽긴. 좋아. 클래식하다고 해두지 뭐.
간지럽긴 하지만 왠지 기분 좋은 미소가 번지는데요. 그런데 편지를 읽다 보니 낯선 이름이 적혀있네요.
준하... 준하는 아빠 이름이 아닌데, 누구지?
방학을 맞아서 시골 외삼촌 댁에 내려와 있던 준하는 시골 친구들과 뛰어다니며 노느라 바쁩니다.
그날도 한 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서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고 있었는데요.
때마침 지나가는 소 달구지 뒤에 예쁜 여학생 하나가 앉아 있습니다. 친구들이 하는 말로는 이 동네에서 힘 꾀나 쓴다는 송 영감 댁의 손녀. 아버지가 국회의원인데 잠시 할아버지 댁에 놀러 와 있다네요.
별로 가까워질 일이 없을 것 같았지만 뜻밖에도 준하를 먼저 찾아온 그 여학생. 그리곤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묻습니다.
강 건너 귀신이 산다는 집에 나를 좀 데려다줄 수 있어요?
그녀의 이름은 주희.
주희와 준하는 함께 귀신이 산다는 그 집으로 향합니다. 작은 기척에도 놀라며 신나게 소리를 지르며 놀다 보니 두 사람은 부쩍 가까워지게 되는데요.
돌아오는 길,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고 설상가상으로 타고 온 배가 떠밀려 가 버렸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비를 피해 원두막에서 잠시 쉬다가 수박서리도 하고 별과 반딧불이가 가득한 하늘도 함께 올려다보는 두 사람.
빗길에 미끄러져 다리를 다친 주희를 업고 걷는 길. 준하는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동네에서 주희를 볼 수 없었어요. 비를 맞은 탓에 며칠 앓다가 집으로 돌아갔다는 소식만 전해졌습니다.
그런 여름 방학의 추억을 안고 학교에 돌아온 준하.
그런데 어디선가 준하가 편지를 잘 대필해 준다는 얘기를 듣고 태수라는 친구가 찾아옵니다.
부모님들끼리 결혼 약속을 한 약혼녀가 있는데 편지를 대신 써 달라고 말이죠.
무심하게 사진을 바라보던 준하는 깜짝 놀랍니다. 태수가 건넨 사진 속의 그녀, 주희가 있었거든요.
엄마의 보물 상자 속에서 발견한 노트를 지혜는 한 장 한 장 읽어 갑니다.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친구 태수의 약혼녀로 다시 나타난 주희에게 편지를 대필해 주던 준하의 마음.
지혜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죠. 사실, 지혜도 친구가 좋아하는 연극부 선배에게 보내는 메일을 대신 써 주고 있었는데요. 사실은 지혜도 그 선배를 좋아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친구에게 미안해서, 또 그 선배도 친구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지혜는 마음을 접기로 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더 피해 다니는데요. 이상하게도 자꾸만 마주치는 선배.
갑자기 비가 쏟아지던 날, 나무 아래서 비를 피하고 있는데 선배가 비를 맞으며 달려오던 곳도 하필 거기였던 거죠.
어디 갈 거냐는 질문에 긴장해서 도서관 가는 길이라고 대충 둘러댔더니 그럼 모셔다 줘야지 하는 선배.
우물쭈물하다 보니 어느샌가 선배가 벗어 씌워준 재킷을 우산 삼아 함께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또다시 비가 내립니다.
지혜는 매점에서 친한 주인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데요. 매점 언니는 우산을 하나 보여주면서 자랑합니다.
지난번 갑자기 비가 쏟아지던 날 지혜가 좋아하던 그 연극부 선배가 매점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창 밖을 바라보다 갑자기 누나, 우산 있어요? 하더니 우산은 두고 뛰어 나갔다는 이야기.
선배가 바라보고 있었다는 창문 앞에 선 지혜는 알게 됩니다. 그 자리에서는 그날 지혜가 비를 피하고 있던 그 나무가 제일 잘 보인다는 것을요.
지혜는 그날 선배가 그랬던 것처럼 우산을 매점에 두고 비를 맞으며 뛰어갑니다.
비에 홀딱 젖어 나타난 지혜를 보고 선배는 깜짝 놀라는데요. 왜 비를 맞고 왔냐는 선배의 질문에 지혜는 말합니다.
우산이 있는데 비를 맞는 사람이 어디 저 하나뿐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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