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에 걸친 신부 2017
오늘의 중대발표.
결혼하자.
솔직 담백한 청혼과 함께 행복한 미래를 같이 설계하자 했었는데 핑크빛이었던 꿈이 삽시간에 무채색이 되었다.
몰라봤다
요즘에 이런 순도 100%의 사랑 영화도 있었다
이 좋은 봄날, 세간을 놀라게 했던 이 진짜 사랑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여다보자.
오늘의 데이트 장소는 남의 결혼식장.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행진하는 모습을 보고 슬쩍 옆구리 찌르는 여자와 눈치가 빠른 남자.
떡 본 김에 제사 지내기로 한다.
결혼식 예약하고 싶어서요.
다소 충동적이지만 때론 순간의 느낌이 맞는 법.
왠지 무서워. 너무 행복해서.
결혼식까지 남은 기간은 석 달.
집에서 사진을 정리하는데
이 폭포 대단했지.
무슨 소리야. 폭포라니, 난 가 본 적 없어.
너 왜 그래?
난 가 본 적 없어. 안 갔다면 안 간 거야. 싫어.
결혼하기 싫다는 말을 돌려서 하는 건가, 아니면 정말 몸에 이상이 생긴 건가.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도, 부모님 앞에서도 발작이 멈추지 않는다.
죽여! 안 들어갈 거야!
연애하는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자의 폭력적인 모습.
병원에서 주사 맞고 약 먹는다고 전혀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계속 혼수상태일지도 몰라.
이 계절만 지나면 결혼이었는데.
수백만 분의 일의 확률로 희귀병에 걸렸다.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고 깨어난다고 해도 예전 같지 않을 테니 앞길 창창한 청년의 앞길을 배려해 주는 그녀의 부모님.
이미 자네는 할 만큼 했어. 이제 우리 딸은 잊어도 되네. 자네는 우리 가족이 아니야.
조금만 더 마이의 곁에 있게 해 주세요.
죄책감이라는 화살에서 쏘아진 화살이 남자의 가슴에 꽂힌다.
편하게 도망쳐도 비난할 사람 하나 없지만 결국 선택은 본인의 몫이었고 남을 건지, 떠나갈 건지 마지막 선택의 순간.
저도 가족이 되겠습니다.
몰라봤다
욕심을 이기는 배려는 없다
가족이 되어 남겠다는 남자의 말에 장모님의 기쁨도 잠시,
미리 잡아 놓은 결혼식장은 어찌해야 하나.
마이가 낙담할지도 몰라요. 자기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결혼식이 취소되어 버리면요.
결혼식 날까지 눈을 못 뜨면 내년에 같은 날로 다시 예약해 주세요. 꼭 부탁드립니다.
계약금을 날리기보다는 날짜 변경.
이럴 땐 의외로 계산에 밝은 남자였다.
어느새 봄이 지나 반팔을 입는 계절이 됐는데 오~마이 갓!
마이... 마이가 깨어났어요!
마치 갓난아기가 걸음마부터 배우는 것처럼 몸 쓰는 법을 배우다가...
TV에선 한창 올림픽 중계를 하고 있었고 열도를 덮친 비보. 아사다 마오, 131.72점.
아, 마오가 김연아한테 졌어.
훗! 금메달은 우리 꺼.
그리고 이어지는 의사의 소견.
현재의 마이 씨는 거의 유아 상태입니다.
이전에 있었던 일들이 전혀 기억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6년 후,
그래도 언젠간 몸도 기억도 돌아올 거란 기대만으로 24번의 계절이 흘렀고
몸은 어느 정도 쓸 수 있었지만 기억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나만 기억이 안 나?
그런 것 같아요.
사랑스러웠던 눈이 완전히 타인이 되어 버렸다.
사랑은 강요할 수도 없고, 강요해도 이뤄지지 않는 일.
추억의 장소로 가면 기억이 되살아 나지 않을까 싶었지만 애써 노력하는 일마저... 또 주저앉을 수밖에...
마이, 무모하게 이러면 어떡해.
그게... 기억해 내고 싶으니까. 그런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몰라봤다
사랑을 사랑할 수는 없는 거였다
수년을 기다리며 청춘을 바쳤지만 응답 없는 메아리에 무력해진 남자.
끝까지 서 있겠다며 서 있던 두 다리를 비로소 굽힌다.
이젠 괴로워하지 않아도 돼. 앞으로 만나러 오지 않을 거야.
한 없이 행복했고, 절망했던 날들을 이제야 보낸다.
사랑이 모자란 것도 아니었고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남자는 진심이었고 헌신이었는데 여자에겐 불편이었다는 게 서럽다.
이젠 병원에서 퇴원한 여자가 하필 지나간 곳이 예식장 앞이라는 우연.
직원은 여자를 알아본다. 이 예식장의 역대 최장기 대기 중인 손님이시니 몰라볼 수가 없는 거였다.
남자분께서 매년 반드시 그 날짜에 여기서 결혼하고 싶다고 취소하지 말아 달라 하셨어요.
기록은 기억보다 강한 것.
그리고 그 사랑했던 흔적들은 하나의 선이 되고 인연을 기워 붙인다.
끝까지 사랑했던 남자와 끝내 사랑하는 여자에게 경이를 보내고 축복을 빈다.
-접속 무비월드 중에서 미안다하 몰라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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