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명작) 러브 앳 Love at Second Sight, Mon inconnue, 2019
오늘의 중대발표!
어제 아침부터 난 평행 세계에 들어와 있어.
미쳤군.
남자의 뜬금포에 친구 녀석의 싸늘한 대답이 돌아온다.
어제까지만 해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잘 나가는 작가였지만, 오늘은 정신 나간 남자 취급을 받는 남자.
그리고 무엇보다 아내가 날 몰라봐.
몰라봤다
이토록 쉽게 마음을 흔드는 프랑스의 로맨스 영화를
같은 사람을 두 번 사랑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아내가 남자를 기억하는 또 다른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보자.
남자는 어릴 때 썼던 소설이 대박이 나면서 부와 명성을 동시에 거머쥔다.
하지만 남편이 유명해질수록 아내는 외로웠다.
나 기다린 건 아니지?
응
잘했어, 난 일 좀 할게.
아내를 주인공 삼아 썼던 소설은 차갑게도 아내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왜 안 보여줘?
읽고 싶어?
내가 읽는 게 이제 싫어?
오늘 왜 이래?
대화도 없고, 소설도 못 보고, 혼자 밥만 먹고 부부의 흔한 말다툼인 줄만 알았다.
유명세를 얻기 전에 우리 참 좋았는데... 좁은 집에 살더라도 이해하는 마음은 넓었는데...
눈이 펑펑 내리던 그 날밤.
이제 남편의 가슴속에서 뿐만 아니라 소설에서도 자신이 사라졌다는 걸 알게 된 아내.
같은 공간에 있지만 함께 있지는 않았던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 침대에서 홀로 일어난 남자, 라파엘.
크리스마스가 왔어! 분위기 죽이지?
웬 스쿠터야?
평소 타고 다니던 비싼 차는 어디 가고 친구의 스쿠터를 얻어 타고 도착한 곳은 학교.
야, 어디가?
뭐?
평소 다니던 행사보다 규모는 작지만 학생들과의 팬미팅인가?
사진과 사인은 끝나고 다 해 줄게요.
대체 뭐래냐?
요즘 애들이 연기를 소름 끼치게 잘한다는 생각과 함께 밖으로 나갔는데 버스에 아내의 사진이 대문짝 만하게 걸려 있었다.
이건 또 뭐야?
아침부터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의 세상은 아내가 유명 피아니스트라고 말한다.
성함이?
라파엘.
기계적으로 사인을 해주던 영혼 없는 아내의 반응.
어제 부부싸움 좀 했다고... 이렇게까지 모른 척할 일이었던가?
하지만 대궐 같았던 집이 소박해져 있었고 인터넷은 이곳은 다른 세상이라고 인정하라고 한다.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남자는 치매 요양 병원으로 아내의 할머니를 찾아간다.
안녕하세요. 전 라파엘이고 올리비아 친구예요.
올 때가 되었는데... 때마침 올리비아가 들어오고 그녀는 남자가 사생팬일 거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왜 여기 있죠?
전 문화 센터에서 나왔어요.
진짜예요?
잠시 라파엘이 자리를 비우고
할머니, 방금 그 남자 정말이에요?
그래. 내가 아주 좋아해.
할머니 덕분에 믿음을 얻었다.
그리고 유명인의 전기를 쓰는 작가로 위장해 그녀의 집에 초대받기까지... 왠지 예감이 좋다.
어서 오세요.
네, 당신을 위해 준비했어요.
이 꽃 좋아하는 거 아셨어요?
그렇다면 제가 잘 찍었네요.
시작은 좋았지만... 이 세계에서 아내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으니 분노가 솟구친다.
감정을 억누르며 오늘부터 집필을 시작한다.
전기 집필을 바탕으로 다시 가까워진 두 사람.
몰라봤다
한 사람을 오래 만나는 일은
그 사람을 여러 번 사랑하게 되는 것이었다
하나 고백해도 될까?
너랑 내가 정말로 사랑했어. 결혼까지 했고.
하지만 널 바라보는 법을 잊어가고...
이게 끝이야? 딱히 끌리는 스토리가 아닌데.
남자는 간절함을 이야기하고 여자는 소설가의 재기 발랄함으로 듣는다.
난 이 장면이 참 좋았다.
사랑을 한가득 담은 남자의 눈이 참 예뻐서... 몇 번이고 되돌려 보았다.
아내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죄책감일 수도 있고, 원래 있던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호감이 생겼다고 한들, 골문을 지키는 수문장이 너무 강력했다.
자료 조사를 핑계 삼았던 여행이 끝나고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것만 확인하게 됐다.
되돌아가는 길을 모르니 적응할 수밖에...
난 그 결말 극혐이야. 여주가 죽는 게 어딨냐.
글을 쓸 땐 작가가 신이야. 전지전능하다고.
실마리가 잡혔다.
왜 인생이 바뀌었는지 알았어. 내가 아내를 죽여서 그런 거야. 이제 돌아갈 수 있어.
소설 마지막에 아내를 죽였던 엔딩을 고치면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확신에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 보려 한다.
이 원고를 읽어 줘. 마지막 부탁이야.
공연 준비 중인 그녀에게 건넨 새로운 엔딩의 소설.
심하게 다툰 그날 밤처럼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나를 모른 채 잘 살고 있는 그대를 보니
내가 되찾고 싶었던 것은 그대인가 아니면 그대를 사랑했던 나인가
몰라봤다 돌아간다고 돌아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내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고 당신의 현재 기쁨을 뺏을 수는 없다
굳이 내가 아니어도 그대가 행복할 수 있다면...
너를 사랑하는 것이 내겐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어
내겐 명작!
-접속 무비월드 중에서 미안하다 몰라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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