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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 ♡ 영화이야기

간신 The Treacherous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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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 The Treacherous 2015

개봉 당시 야하다는 입소문만 가득했던, 2015년 다운로드 시장을 평정한 영화 한 편이 있었다. 

 

딸들의 손으로 제 아비를 죽이라 명한 희대의 막장 군주, 조선 시대의 문제적 임금인 연산을 조명한 영화 <간신>

주연 배우 김강우와 주지훈은 그야말로 인생 연기를 선보이게 된다. 

 

게다가 청룡영화제와 대종상 시상식에서 미술상을 석권할 만큼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여준다.

그저 야한 영화라는 편견과 최종 관객 수 110만 명에 그친 아쉬운 흥행 탓에 제대로 몰라봤다. 

 

자고로 폭군 곁에는 간신배가 있기 마련이다. 

연산군에게는 임사홍과 임숭재, 임 씨 부자가 입안의 혀 노릇을 한다. 

총애받던 후궁 장녹수도 임 씨 부자 앞에서는 끗발이 밀렸다. 

임숭재는 왕의 밤 시중을 들 부녀자들의 강제 징집령을 내린다. 

단 하루에 천 년의 쾌락을 누리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나이다. 

처녀든 유부녀든 예외는 없었다. 

 

허나, 왕의 눈에 찰 최종 일인을 찾지 못한 어느 날. 

저잣거리의 광대놀음에서 완성된 마지막 퍼즐 - 그 눈부신 미모는 언감생심, 닳고 닳은 간신 임숭재의 마음까지 뒤흔들고 말았으니-

그런데 백정이라니. 백정... 치명적 결격 사유다. 

 

며칠 뒤, 어느 양반가 여식을 차출하러 간 숭재는 첫눈에 마음을 빼앗긴 백정과 뜻밖의 재회를 하게 된다. 

양반댁 딸내미 대신 징집을 자처한 백정, 단희. 

천한 백정 주제에 감히 양반댁 규수 행세라니... 진정 이렇게까지 하는 연유가 무엇이냐?

아비의 빚을 갚는 것, 그뿐입니다. 

네가 자초한 지옥길이니 어디까지 버틸지 지켜보마. 

숭재는 어쩐지 심란하다. 

 

반면, 왕인 연산은 징집된 낯선 여인들에 둘러싸여 신난다. 놀이터를 보여주마. 

하지만 그 놀이터는 모두에게 허락된 것이 아니었다. 

놀이터에서 놀기 위해서는 경연과 훈육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경연에서 낙방한 이들은 노비로 전락할 운명에 처해진다. 

 

그런데 단희에겐 임숭재 일타 강사의 일대일 특급 과외가 시작된다. 

시조를 짓는 것부터 왕을 즐겁게 할 방중술 특훈은 계속되고 수련 후반으로 갈수록 족집게 과외 효과가 빛을 발한다. 

최종 후보군은 단희를 포함한 단 둘로 압축된다. 

 

어느덧 운명의 날. 

음식을 하나씩 들고 자신을 알려 보아라. 음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고난도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개성 기녀 설중매이옵니다. 유력 후보 납셨다. 역시 왕의 놀이터에 참여할 만한 군계일학이다. 

한참을 망설이다 단희가 나선다. 

단희가 집어 든 음식은 악취 풍기는 정체불명의 요리다. 헌데...

연산은 후다닥 상 위로 뛰어오르며 단희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지켜보던 과외 선생, 숭재도 흡족해한다. 

네가 방금 먹은 게 뭔 줄 아느냐?

암소의 자궁을 잘라 저민 마늘로 비린내를 없앤 태의 요리입니다. 

그 맛이 어땠느냐?

슬펐습니다. 

잘 나가다가 분위기 급 다운된다.

슬펐다? 

아뿔싸, 단희는 한스럽게 죽은 연산의 어머니, 폐비 윤 씨의 이야기를 읊조리며 슬픔 연유를 대신한다. 

어쩌자고 단희는 임금의 트라우마를 제대로 건드려 버렸단 말인가?

그런데... 뜻밖의 반응이 연산의 입을 통해 새어 나온다. 이거야말로 흙 속의 진주로구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결과는 대반전이다. 

 

하지만 누구도 몰랐다. 

단희가 기를 쓰고 궁에 들어온 진짜 이유를...

그리고 마침내 수련생들이 갈고닦은 기예를 뽐내는 갈라쇼 무대에서 돌연 옥좌를 향해 단희가 길게 칼을 뻗는다. 

하필 그때 어디선가 왕의 암살을 시도한 자객의 화살이 옥좌에 날아와 꽂힌다. 

덕분에 단희는 용의 선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간신>은 미술 장치를 통해 캐릭터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데 먼저, 왕을 상징하는 것은 불이다. 

특히, 연산을 둘러싼 수많은 촛불은 영화의 세심한 미장센으로 모든 것을 태워버릴 위험천만하고 위태로운 권력을 상징한다.  

반면, 그 불을 끌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물로써 백성을 상징한다. 

따라서 극 중 물이 등장할 때마다 연산은 어김없이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다. 

몰라봐서 미안한 영화의 깨알 디테일되겠다. 

 

왜 전하를 죽이려고 했느냐? 숭재는 알고 싶다. 

김일손이라는 어르신이 계셨다. 왕을 비방하는 시 한 수를 들켜 결국 참수를... 뭔가 짚이는 것이 있다.  

너 따위 간신배의 입에 오를 분이 아니야. 

충신의 딸이었던 단희, 헌데 간신배 숭재는 왜 그녀를 보호하려 할까?

 

이런 내막은 꿈에도 모르는 연산은 단희를 품을 생각에 들떠있다. 

이어서 두 사람은 나 잡아 봐라 놀이를 시전 한다. 사실 이것은 연산을 유인하려는 단희의 계책이었으니.

단희의 목표는 연산의 애장품인 은장도 컬렉션이었다. 

자신의 치마폭에 싸여 헤롱 거리는 틈을 타, 단희는 조심스레 은장도에 손을 뻗는다. 

그리고 마침내 은장도를 뽑아 든다. 

 

물러난 권력자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허나, 그를 벌하려는 민심의 이야기였다. 

또한, 진심을 몰라봤던 어느 간신의 이야기였다. 

 

 

-접속 무비월드 중에서 미안하다 몰라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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