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타인의 삶 ♡ 영화이야기

(내겐 명작) 블라인드 Blind 2007

728x90
반응형

(내겐 명작) 블라인드 Blind 2007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팬들의 뜨거운 요청에 따라서 뒤늦게 개봉하게 된 멜로 명작이 있습니다. 

안데르센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한 영화 <블라인드>는 북유럽의 이국적인 풍광에 감각적인 연출을 더해서 사랑에 관한 어른들의 동화로 완성시켰는데요. 

시각 장애인 청년과 흉터 투성인 여인의 만남에서 시작된 눈먼 사랑 <블라인드> 

 

19세기 후반 네덜란드의 외딴 저택. 

저리 가. 날 내버려 둬! 쳐다보지 말라고, 보지 마!

오늘도 아들의 난동과 함께 하루가 시작되죠.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고 난폭해진 청년, 루벤.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의 과잉보호가 그를 더욱 통제불능으로 내몰던 어느 날. 

한 여인이 구인 광고를 보고 저택을 찾아옵니다. 

쉬운 일은 절대 아니에요. 우리 아들이... 좀 까다로워서.

목소리가 좋네요. 

루벤의 등살에 하녀들도 며칠을 못 버티던 상황이었거든요. 

엄마가 소개해 줄 사람이 있는데 커튼 열어도 될까?

안돼.

날카로운 대답과 동시에 날아온 찻잔. 

그런데 마리라는 그녀는 좀 달랐습니다.

스트라이크! 찻잔은 정확히 마리의 손에 안착하는군요. 

이쯤이면 쨍그랑 소리가 나야 하는데... 루벤도 의아해하네요. 

 

앞을 못 보는 아들을 위해서 책을 읽어줄 사람을 구했던 어머니. 

그럼 시작해 볼까?

베에에엑~ 루벤의 괴성과 함께 마치 규칙적인 일과인 듯 도련님의 행패가 시작되지만 마리의 손에는 자비가 없습니다. 

책을 집어던진 루벤의 얼굴을 사정없이 후려 칩니다. 찰지게...

책 함부로 대하지 마. 

 

루벤을 이렇게 대한 건 마리가 처음이었죠. 

그럼 시작해 볼까?  '어느 도시에...' 다른 책 가져올게. 

계속 읽어. 돈 받고 읽으러 온 거면 읽어. 

그녀가 고른 첫 번째 책은 동화 <눈의 여왕>입니다. 

마리는 책을 읽기 시작했고 시큰둥한 루벤에게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 건 그때였습니다. 

불현듯, 눈앞에 내리는 눈의 환상.

루벤은 내리는 눈을 손을 뻗어 잡아 봅니다. 

 

그날 이후 마리가 읽어주는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 그의 눈앞에 생생한 세상의 형체를 그려내기 시작하죠. 

마리와 만나기 전까지는 이렇게 웃어본 일조차 없었던 청년. 

어떻게 생겼어요? 머리는 무슨 색이에요?

이젠 그녀를 좀 더 알고 싶습니다. 

빨간색이야. 

그런데 마리는 거짓말로 그를 피하고 마는데요. 

어린 시절 학대로 인한 전신의 흉터가 극도의 콤플렉스였던 거죠. 

오로지 눈이 먼 루벤 앞에서만 자유로울 수 있었던 마리.

어느새 그녀마저 이 예쁜 청년을 향한 낯선 감정에 흔들리는 사이, 루벤의 구애는 한층 더 적극적으로 변해갑니다. 

마리, 우리 집에서 함께 살아요. 

 

결국 저택에 입주한 마리를 기다리고 있던 건 자신의 자리를 빼앗긴 어머니의 냉담한 시선입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두려운 건 그게 아니었죠. 내 추한 외모를 혹시 그가 알아채지 않을까.

당신을 보고 싶어요. 

흉터로 인해 나무껍질 같은 마리의 얼굴을 쓰다듬던 루벤의 입에서 놀라운 말이 새어 나옵니다. 

상상했던 것과 달라요. 더 아름다워요. 

루벤은 손 끝으로 그녀의 얼굴을 가슴에 새깁니다. 

그때, 벌컥 문이 열리면서 엄마가 들어와 노려보지만 사랑을 배우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자신만의 감각을 터득한 청년한테 더 이상 엄마의 품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 시절이야말로 두 사람에게는 햇빛 찬란했던 꿈같은 날들이었죠. 

하지만...

몇 살이에요?

21살. 

펼쳐져 있던 페이지의 숫자를 대신 말하며 나이마저 속인 마리의 자격지심은 여전히 악몽처럼 발목을 잡고 있었습니다. 

 

루벤의 어머니는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루벤이 요즈음 많이 좋아졌어요. 고마워요. 

하지만 여기 책 읽어주러 오는 것뿐 그 이상은 넘보지 말아요. 

그녀의 섬뜩한 최후통첩은 얼마 후 가장 두려운 형태로 실현됩니다. 

 

둘만 있을 때면 아이들처럼 즐겁기만 하던 어느 날. 

선생님이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셨어. 

주치의가 가지고 온 건 루벤이 눈 수술을 받고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었죠.

 

안 추워요?

응. 

널 사랑해. 

끝내 무언가를 결심한 마리. 

 

이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극단적인 클로즈업 화면들입니다. 

마치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다가가는 카메라는 손으로 사람과 사물을 보는 시각장애인의 시점을 표현하는데요. 

촉각에 의지하는 루벤의 시점이 로맨틱하게 표현된 장면은 우리에게 사랑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일깨웁니다. 

눈으로 보고 매혹되는 것만이 사랑의 전부는 아니다

마리는 왜 그걸 깨닫지 못했을까요?

마리? 마리?

수술을 불과 며칠 앞둔 그날. 

마리는 루벤의 곁을 떠나 자취를 감추고 맙니다. 

 

어둠 속을 방황하던 시절에 만나 빛을 선물했던 사랑입니다. 

그러나 그 찬란함이 두려웠던 그녀는 도리어 어둠 속으로 달아납니다. 

 

시력을 찾은 루벤은 마리의 흔적을 찾아 도서관에 가는데 그곳에 마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루벤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 채, 말을 걸죠. 

실례합니다. 안데르센 동화책은 어디 있나요?

돌아선 마리를 보고 흠칫 놀란 것도 잠시... 루벤의 모든 감각이 그녀임을 알려줍니다. 

마침내 눈을 뜬 그는 이제 사랑의 다른 얼굴을 마주해야 합니다. 

 

 

최고의 반전이었다. 

펼쳐 보긴 했지만 차마 덮을 수 없는 이야기 책이었다. 

언제나 펼쳐 놓고 보고 싶은... 그런 이야기...

얼굴을 파묻고 계단에 앉아 오지 않던 마리를 기다리던 루벤. 어느샌가 그의 옆에서 가만히 그를 안아주고 싶었다. 

ㅎㅎ 당연히 마리가 아니란 걸 알고서 컵을 던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좋아한 거 아니겠어. 한 사람만 사랑하잖아. 

마리, 추운데 어서 루벤에게 돌아가요. 

여전히 아름다운 사람이고 사랑이네요. 

내겐 명작!

 

(내겐 명작) 러브 어페어(Love Affair) 1994

 

(내겐 명작) 러브 어페어(Love Affair) 1994

(내겐 명작) 러브 어페어(Love Affair) 1994 제목 : 러브 어페어 (1994, 미국) 감독 : 글렌 고든 카슨 주연 : 마이크(워렌 비티), 테리(아네트 베닝), 숙모님(케서린 햅번) 국내 개봉 : 1995년 3월 11일 장르 :

captainwinster.tistory.com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