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아침 먹고 꽃, 점심 먹고 꽃, 저녁 먹고 꽃
어떤 책들은 제목이 참 오래 기억에 남는다.
제대로 펼쳐 보지도 않았는데 마치 다 읽은 것처럼 강렬하게 남아있는 책 제목들.
얼마 전엔 김민정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이 그랬다.
덕분에 또 <쓰잘데 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이란 책 제목도 생각났다.
그냥 발음해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기분 좋아졌다.
세상엔 아름답지만 쓸모없고 쓰잘데 없지만 고귀한 것들이 있다는 거.
그렇다면 그런 걸 내가 가져보면 어떨까.
꼭 알아서 대단한 쓸모가 있는 건 아닐지 몰라도 어느 날 문득 떠올려 보거나 해볼 수 있다면 삶이 조금은 더 아름답게 느껴질 것 같은 일들... 뭐가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다가...
며칠 전, 짠! 하고 가을 하늘이 나타났던 일이 떠올랐다.
언제 내내 흐렸냐는 듯 정말 높고도 푸른 가을 하늘이 거짓말처럼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휴대전화 카메라를 켜서 하늘을 찍었다.
하지만 그 높이와 푸른 색감은 반의 반도 담기지 않았다.
결국 사진에 담기를 포기하고 그냥 한참을 올려다보면서 '이제 이런 하늘을 자주 보게 돼서 좋다' 기뻐하다가 또, 이 가을이 금방 지나가면 안 되는데 하고 조바심 냈다가...
이렇게 마음만 울렁울렁하고 있는데 문득 알고 싶었다.
가을 하늘을 사진에 잘 담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그래서 찾아본 책, 김한준의 <사진 잘 찍고 싶으신가요?>에서 발견한 조언.
같은 꽃을 식후 30분마다 자연광에서 촬영합니다.
그리고 각각 제목을 이렇게 붙여주는 거죠.
아침 먹고 꽃, 점심 먹고 꽃, 저녁 먹고 꽃. 당신은 이 중 어떤 꽃이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저도 해 봤는데 저는 아침 먹고 꽃이 가장 좋았습니다.
우리는 같은 제목에 다른 사진을 가지게 되었군요.
그래, 그럼 꽃을 하늘이라고 바꿔볼까요?
같은 하늘을 식후 30분마다 자연광에서 촬영합니다.
그리고 각각 제목을 이렇게 붙여주는 거죠.
아침 먹고 하늘, 점심 먹고 하늘, 저녁 먹고 하늘.
당신은 그중 어떤 하늘이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순간은 지나가도록 약속되어 있다
순간은 지나가도록 약속되어 있다 특별하다 믿었던 자신이 평범은커녕 아예 무능력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고,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설레던 이성으로부터 지루함을 느끼는 순간이 있고, 분신
captainwinster.tistory.com
'예쁜 대답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세이] 셀프타이머 (0) | 2022.05.06 |
---|---|
[에세이] 사진 잘 찍고 싶으신가요? (0) | 2022.05.05 |
[에세이] 순간은 지나가도록 약속되어 있다 (0) | 2022.05.04 |
[에세이] 나는 당신 얼굴을 본다 (0) | 2022.05.04 |
[에세이] 추억은 지닌 것만으로도 소중하고 아름답다 (0) | 2022.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