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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대답 (❁´◡`❁)

(에세이) 순수함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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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내 뜻대로 안 되는 것

 

[에세이] 내 뜻대로 안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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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순수함의 가치 

오랜만에 조카들을 만나면 의식처럼 치르는 게 있다. 

용돈주기.

중학생, 초등학생 순으로 가다가 위에 형제들과 터울이 지는 5살 꼬맹이 차례가 됐을 때였다. 

첫째인 중학생 조카가 슬며시 다가와 속삭였다.

''쟤는 동전을 정말 정말 좋아해요."

처음엔 사춘기에 접어든 녀석이 이쪽의 주머니 사정을 배려해서 하는 말인 줄 알았다. 

'녀석 다 컸구나.' 속으로 기특해했지만 형평성에 맞게 지폐를 줬다. 

꼬맹이는 시큰둥하게 받더니 금방 제 엄마에게 주고 다른데 정신을 팔았다. 

배려고 뭐고 다 떠나서 첫째 아이는 진실을 말한 거였다. 

 

다음에 만났을 땐 나도 준비해 둔 것이 있었다. 500원짜리 동전 몇 개.

첫째, 둘째를 지나 꼬맹이 차례가 왔을 때 동전을 건넸다. 

"자, 선물."

꼬맹이 동공에 지진이 일더니 순식간에 얼굴이 환해졌다. 

그리고는 큰 목소리로 잊을 수 없는 한 마디를 던졌다.

"와후~ 대~~~ 박!"

주위에 있던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첫째 조카가 미끄러지듯이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또 속삭였다. 

"쟤는 10원짜리 더 좋아해요. 반짝반짝 빛난다고 완전 좋아해요."

다시 한번 웃음이 와르르 터져 나왔다. 

 

아이들이 가고 난 뒤에도 그 순간의 여운이 오래 남았다. 

모처럼 가족 모두가 해맑게 웃으며 한 마음으로 즐거워했다. 

왜 그랬을까?

아이를 속여서도 아니고 점점 액수의 단위가 낮아져 내 돈이 덜 나가서도 아니었다. 

아이는 세상을 거부하는 것도 아니고 세상에 대해 무지하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그저 어른들이 좋아하는 지폐에 전혀 흥미가 없었을 뿐이었다. 

동전처럼 단단하길 하나, 반짝반짝 빛나길 하나... 그저 종이 쪼가리일 뿐이니까. 

아이가 대~박을 외칠 때 우리가 한 마음으로 웃었던 그 순간 전해지는 어떤 에너지를 느껴서는 아닐까?

우리에게도 한 때 있었지만 지금은 세월 저편에 묻어둔 다른 차원의 세계가 떠올라서 말이다. 

그 옛날 <은하철도 999>가 정말로 있다고 믿고 그 열차에 올라 타, 철이와 메텔과 함께 우주여행을 하고 싶었던 날들. 

세상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 따위는 관심 없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해도 모두가 사랑해 줬던 날들. 

그런 기억이 아이를 통해 훅 들어와 오랜만에 행복해졌던 것이다. 

세상이 강요하는 가치관에 단 한 발도 담그지 않은 아이의 순수한 눈. 

세상을 처음 대하는 생명체가 갖는 호기심 천국의 시각. 

그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얼마나 신나고 재미날까?

요즘 하는 말로 그 눈을 사고 싶어졌다. 

그 눈과 그 마음의 한 조각만이라도 되찾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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